‘문재인케어’ 폐기 수순…초음파·MRI 검사, 본인 부담 커질 듯
입력 2022.08.22 04:08
수정 2022.08.20 17:48
문재인케어 급여 확대로 건보 재정 빨간불…초음파·MRI 이용량, 연평균 10% 증가
복지부 "야간에 초음파·MRI 찍는 등 과잉 사례 집중 관리…1년에 900일 외래 진료도 점검"
진료 목적으로 한국 오는 외국인들에 대한 개선 방안도 마련…필수 의료 및 고가약제에 투자 방침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는 이전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를 전면 수정키로 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 가운데 과잉 검사로 건보재정 손실 문제가 지적됐던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 항목에 대해 재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케어’의 폐기를 의미한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는 ‘과감한 건강보험 지출개혁을 통한 필수의료 보장 확대’ 방안을 포함한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과잉 의료 이용을 야기하는 초음파·MRI 등 급여화 항목에 대해 철저히 재평가 하고, 외국인 피부양자 기준 개선 및 건보 자격 도용 방지에 나서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이 같은 개선으로 지출을 줄여 필수 의료나 고가약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실제 지난달 1회 투약 비용이 약 2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목표로 60% 초반에 머물던 건강보험 보장률(국민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임기 내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였다.
문재인케어에 따라 2018년 10월 뇌·뇌혈관 MRI를 시작으로 2019년 두경부·복부·흉부·전신·특수 질환 MRI와 복부·생식기 초음파 등이 순차적으로 건보 급여화됐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선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겨나는 등 통제가 되지 않는 부작용이 나오며 건보 보장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케어 시행 3년차인 2019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급여 확대로 건보 재정이 과도하게 지출되자 2020년 3월부터 단순 두통·어지럼증 환자의 뇌·뇌혈관 MRI는 본인 부담 비용을 80%까지 늘렸다. 척추 MRI의 경우 과다 이용 우려를 보완하고자 건보 급여화가 예정 시기인 2020년에서 2021년으로 1년 늦췄다.
복지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혀 왔지만,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며 문재인케어 개편에 나섰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인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문재인케어의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보고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엔 “전 정부가 건보 급여 항목을 대폭 확대하면서 보상 및 심사가 부실해 재정손실을 초래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현재 어깨·무릎·목 등 근골격계 질환 MRI 급여화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데, 당장 이 부분부터 재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음파·MRI 검사 일부에서도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지금보다 까다로워지거나 본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야간에 초음파와 MRI를 찍는 등의 과잉 사례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며 “1년에 900일 이상 외래진료를 받는 식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 사례들에 대해서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된 외국인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외국인들이 진료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해 건강검진 또는 치료를 받고 출국하는 악용 사례가 빈번했다.
이 차관은 “외국인 입국 후 6개월 이후 건강검진이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개선 방안을 찾으면서 대사관 상주직원이나 가족 등은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