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건 쟁점으로 떠오른 ‘구속조건부 거래’…제2퀄컴 되나
입력 2022.08.16 09:24
수정 2022.08.16 22:09
검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네이버 본사 압수수색
검찰 “공모 관계 밝힐 것…공정위 과징금 부과 처분과 초점 달라”
네이버, 지식재산권으로 맞설 전망…“별도 입장 없다”
공정거래법 5조·45조 저촉 여부 확인 관측도
검찰이 네이버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나서자, 네이버가 불공정 거래 유형의 하나인 ‘구속조건부 거래’를 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구속조건부 거래는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을 내걸고 거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1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네이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라 네이버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공정위 고발 혐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거래행위(구속조건부 거래행위) 두 가지다.
공정위는 2020년 9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CP)들과 계약하면서 자신들에 제공한 매물정보를 제3자(경쟁업체 카카오)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네이버에 10억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연 뒤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2월 카카오는 네이버와 제휴 계약한 7개 부동산 정보업체와 접촉해 매물 제휴를 추진했다. 이후 네이버는 같은 해 5월 부동산 정보업체와의 계약을 변경해 ‘확인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계약을 즉시 해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카카오와 제휴를 추진하던 모든 업체들이 네이버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에게 제휴 불가를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정위가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내용과 고발 내용은 동일하다”면서도 “형사처벌을 관련해 구체적·실질적 행위자나 공모 관계를 밝혀야 하는 만큼 과징금 부과 처분과 초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2017년 초 부동산114와 업무 제휴를 다시 시도했지만, 네이버는 확인 매물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 매물 검증센터에 의뢰 단계에 있는 모든 매물 정보에 대해서도 3개월간 제3자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부동산114는 당시 “해당 조항이 불공정 조항으로 보인다”며 네이버에게 해당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카카오와의 매물 제휴를 포기하고 네이버와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5년 5월~2017년 9월 네이버의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있는 매물 수(2886만1635개)가 카카오(486만716개)의 5.9배에 이르고, 같은 기간 순 방문자 수(UV)는 3.9배, 페이지뷰(PV)는 5.7배 차이가 났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1항 7호와 공정거래법 제5조(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1항 5호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구속조건부 거래행위 여부가 분수령이다. 구속조건부 거래행위 유형 중에서도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집중돼 있다. 미국 통신용 반도체업체 퀄컴이 2019년 공정위로부터 2250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사유도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다.
당시 퀄컴은 2009년 통신용 반도체(모뎀칩)를 판매하면서 자사 제품만 쓰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이동통신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경쟁업체 진입을 방해한 혐의로 제재를 받아 10년간 공정위와 소송전을 벌였다. 이후 대법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퀄컴)가 거래 상대방과의 합의에 의한 경우에도 배타조건부 거래행위가 성립된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는 검찰 수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 업체들에 제3자 제공을 금지한 확인 매물정보는 네이버의 ‘지식재산권’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공정위 측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공정위 과징금 부과 당시 “(확인 매물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도입 초기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과 창의적 노력을 들였으며 이를 인정받아 관련 특허도 2건 확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