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고난·역경 더 거세진다…“2026년 관세 철폐 대비해야”
입력 2022.08.10 07:02
수정 2022.08.09 17:54
외국산 유제품 점유율 갈수록 증가
2026년 무관세 적용 땐 더 심화될 것
“제도 개편 없인 경쟁력 더 낮아질 것”
낙농업계, 고사직전…유가공 기업 겨냥 시위 예고
유업계의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낙농업계와 원유(原乳) 가격 산정 방식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6년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경쟁 과열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제품 총수입량은 20만1734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18만7471톤보다 7.6% 증가했다. 유제품 수입량은 연간으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은 전년보다 10.7% 증가한 총 38만2231톤에 이른다.
신선도가 중요한 우유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멸균우유를 포함한 생우유 수입량은 올 상반기 3만530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3% 늘었다. 최근에는 프랑스산 치즈와 같이 이미 친숙한 수입 유제품 외에도 폴란드나 독일산 멸균우유까지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앞으로 외국산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우유, 모차렐라치즈, 크림치즈 등의 관세율이 현행 11~13%에서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이후엔 0%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 유업계, B2C이어 B2B공급망 마저 끊길까 ‘노심조차’
유업계는 불안감이 크다. 매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먹거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우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소비자 외면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차등가격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영영 잡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우유가격보다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제품이 대거 들어올 수 있고, 멸균우유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진 만큼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특히, B2B 공급망이 끊길 수 있다는 걱정이 깊다. 커피 프랜차이즈 등이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를 수입산 제품으로 빠르게 교체해 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유업계끼리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우유로 수익을 내기는 더 더욱 어려워진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 국내 유업체의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우유 생산이 줄어들게 되고, 그리되면 결국엔 낙농가도 납품량이 줄어들게 돼 유업계, 낙농가 종사자 모두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유업계는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관세 철폐를 대비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위기를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마시는 우유(L당 1100원)와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L당 800원)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가격차등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원유와 가공유 구분 없이 생산 비용을 반영한 가격인 ‘생산비 연동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는 수요공급에 의해 원유가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사 결정이 생산자 입장만 반영돼 정해지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정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낙농업계, 수입제품 쓰나미 예고에도…“강력 시위 이어나가”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낙농업계는 유가공업체에 강력한 시위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지난 8일 낮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매일유업 평택공장 앞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 소속 낙농가 관계자 1000여 명이 모여 목장원유 가격 협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매일유업 등 유업체들이 지난 1일이 새 가격 적용일임에도 여전히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매년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가 발표된 이후 한 달 안에 이해 관계자들은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협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낙농가 집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낙농육우협회는 경기도 평택시 매일유업 평택공장(8∼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유가공협회 사옥(9일), 경기도 남양주시 빙그레 도농공장(11∼12일)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룟값 등 생산자물가 폭등, 쿼터삭감정책 시행에 따라 농가 부채는 2년간 40% 가까이 증가했다”면서 “이에 지난해에만 200여 목장이 폐업했고, 국내 낙농생산기반은 고사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유가공협회와 유업체는 낙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의 낙농제도개편을 빌미로 올해 원유가격 조정 협상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유업체는 말로만 상생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낙농가의 어려움을 제대로 직시하고 즉각 원유가격 협상장에 나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