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날아오른 대한항공, 하반기엔 만만치 않다
입력 2022.08.10 06:00
수정 2022.08.09 16:57
실적 떠받친 화물 매출, 앞으론 '불투명'
물동량 감소 및 운임 하락 지속 전망
국제선 여객 회복 속도가 '관건'
하늘길이 열린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항공업계 정상화에 속도가 붙지 않는 가운데, '나홀로' 비상한 대한항공 역시 하반기에는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낼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에 대한항공 실적을 떠받쳤던 화물 매출이 오는 3분기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운임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에는 '깜짝 실적'을 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3조3324억원, 영업이익 75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1%와 274% 늘어난 수치다.
여객 노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8742억원, 화물 매출은 44% 늘어난 2조1712억원이었다. 코로나 사태 당시와 비교해 여객 노선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화물 매출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는 구조다.
문제는 3분기부터는 화물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코로나 시기의 버팀목이었던 화물 매출이 줄어들면 호실적 흐름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물동량 감소도 시작된 것으로 관측된다. 의류 등 동남아발 소비재 물량 감소가 시작됐고, 반도체 관련 제품 중에서도 물량 감소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선진국 유통업체들도 재고를 축소하고 있는 반면, 여객기 운항 재게에 따라 가용 화물칸을 늘어나면서 화물 운임 역시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던 여객 수요는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여객 부문이 또 타격을 입으면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8월 첫째주(1~7일) 국제선 여객수는 49만9443명으로 50만명을 밑돌았다. 코로나 전 휴가철인 2019년 8월 첫째주(192만9244명)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국제 유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123.7달러까지 치솟았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4일(현지시각) 88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초(76달러)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여객 수요 회복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물 둔화와 여객 회복 중 어느 쪽의 속도가 더 빠르냐에 따라 하반기 실적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우려 대비 화물의 둔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여객의 회복이 빨리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화물 업황은 여전히 대단히 호황이지만, 정점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여객 사업은 3분기까지는 강한 손익 개선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팬데믹 이전으로의 완전 회복은 지연될 수 있다"며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여행의 비용 부담이 많이 늘어난 데다 팬데믹의 연장, 경기 둔화에 따라 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