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의 폭우, 서울은 잠겼다…강남 일대 피해 커
입력 2022.08.09 08:04
수정 2022.08.11 10:20
서울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 118.6㎜ 80년 만에 넘어
한강 이남 지하철 노선서 피해 집중…전날 퇴근길에 이어 출근길 대란 우려
코레일 “배수 작업 후 열차 운행 예정”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침하·정전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강남 일대 피해가 컸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경우 전날 오후 9시 5분까지 1시간 동안 비가 141.5㎜가 내리는 등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렸다. 서울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 118.6㎜(1942년 8월 5일)를 80년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지하철 역사와 선로 등에 빗물이 들어차면서 열차가 곳곳에서 멈춰 서는 등 퇴근길에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지하철 침수는 2·3·7·9호선 등 한강 이남 노선에서 피해가 집중되면서, 출근길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7호선 상도역·이수역·광명사거리역과 3호선 대치역, 2호선 삼성역·사당역·선릉역이 침수됐다. 9호선 동작역은 침수로 역사가 폐쇄됐고, 노들역~사평역 구간은 운행이 중지됐다. 전날 오후 10시 이후부터는 개화역~노량진역 구간과 신논현역~중앙보훈병원역 구간에서만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새로 개통한 신림선은 서원역 역사가 침수돼 열차가 무정차 운행했다. 이들 노선의 일부 역에선 캐노피 천장과 환승 통로, 역사 벽체 등에서 누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1호선에선 전날 오후 8시 40분께 구로구 오류동에 집중호우가 내려 구로~부천역 구간 상·하행 선로 일부가 침수됐다가 복구됐다.
금천구청역은 전날 오후 10시 40분께 선로 4개가 모두 침수돼 해당 역을 경유하는 모든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배수 작업 후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도림천은 범람이 우려되고 있고, 11개 자치구에선 산사태 경보·주의보를 발령했다.
전날 오후 9시께부터는 서울시의 도로 통제 공지가 줄을 이었다.
동부간선도로를 시작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서초→반포), 신반포로(강남터미널→잠원IC), 여의대방로(보라매역→대방역), 남부순환로(학여울역↔대치역), 언주로 개포지하차도, 테헤란로(삼성역↔포스코사거리), 송파대로 가락시장 사거리 등이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됐다.
양재대로(염곡사거리→양재IC)는 침수로 차량 운행이 되지 않아 염곡사거리 각 방면에 꼬리물기 정체가 빚어졌다. 이 밖에도 양재대로 양재교 하부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잠수교도 양방향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선 정전 신고도 잇따랐다. 한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0분께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는 신고가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도로가 침수되는 등 교통이 막힌 데다 안전사고 우려까지 겹쳐 한전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가지 못하면서 상황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 한전은 폭우로 침수되면서 전기적인 불량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SNS에는 물바다가 된 도로나 지하철 역사, 그 속에 갇힌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시시각각 올라왔다.
특히 강남 일대의 침수 피해 사진이 주를 이뤘다. 차창까지 물에 잠긴 채 운행하는 버스부터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바지를 걷고 힘겹게 길을 오가는 시민들 등 피해 현장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지하철에서 발이 묶인 승객들도 열차가 멈춘 현장과 운행 중단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동영상 등을 올리며 불편을 호소했다.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 역사 내 천장이 무너지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 내 빗물이 다량 유입돼 급하게 차량을 옮기는 주민들의 모습, 강남 부촌 주차장에서 슈퍼카들이 침수된 사진 등도 올라왔다.
전날 험난한 퇴근길에 이어 출근길도 막막한 상태다. 일부 시민은 전날 퇴근길 9호선엔 평소보다 사람이 배는 많았는데, 출근길에도 걱정이라며 재택근무의 필요성을 말했다. 일부 시민은 수도권은 출퇴근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수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비만 크게 안 오면 내일 아침에는 문제없이 지하철을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이 많이 들이친 이수역도 거의 배수가 다 돼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