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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쏘아올린 주취감경 폐지…“법 개정” vs “범죄 예방”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입력 2022.08.03 05:02 수정 2022.08.02 19:47

2008년 조두순 사건 발생 후 폐지 논란에도 법 개정 못 해

법조계, 10년 이상 주취감경 폐지 찬·반 논쟁만

찬성 측 “범죄행위 사전 인지했다면 책임”

반대 측 “주취감경 필요한 이들도 존재”

법무부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가 주취감경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자, 법조계는 주취감경 폐지를 놓고 찬반 논쟁을 펼쳤다. 주취감경은 과도한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심신미약으로 인정해 처벌 수준을 낮추는 뜻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11월까지 ‘주취범죄 엄정대응을 위한 법제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받아 입법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용역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주취감경 폐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음주범죄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며 주취감경 폐지를 약속했다. 주취범죄를 양형 감경요소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적 공감대나 국민들의 법 감정을 비춰 주취감경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용역을 맡긴 것은 안을 어떻게 마련할 지 연구·검토하는 단계다. (앞으로) 법 개정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이것(법 개정)을 어떻게 할지는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도 고려해야 한다. 어느 정도 법안이 만들어지고 필요하다면 공청회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취감경 폐지 논란은 2008년 8세 아동을 성폭행하고 영구장애를 입히게 만든 이른바 조두순 사건으로 시작됐다. 당시 조두순은 주취감경으로 12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일각에선 형량이 절반이나 깎였다며 비판이 이어졌고, 2009년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취감경 폐지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당시 법사위 국감에서 이재홍 수원지법원장이 “필요하다면 주취감경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폐지되지 않았다. 이후 주취감경 논란이 잠잠해졌다가 지난 3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하자 주취감경 폐지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3월 당시 이용구 전 차관 측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했지만,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당시 이용구 전 차관 측은 “다량의 음주로 만취한 상태라 사물 변별 능력 등 극히 미약했다”며 “자신이 어디 있었고 상대방이 누구고 왜 그런 행동했는지 그 당시에 차량 운행 중이었는지 인식 못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주취감경 폐지를 놓고 찬·반 논쟁이 10년 넘게 이어지면서도 여전히 결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과 법무부가 2008년 각각 연구용역을 발주해 아동성폭력 가해자 등에 대한 주취감경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받았지만 폐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주취감경 폐지가 논의됐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음주운전.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 ⓒ게티이미지뱅크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찬성 측은 법 개정을 통해 주취감경 폐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주취감경이 필요한 이들도 있는 만큼 음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먼저라고 맞섰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누군가 주류 섭취 등 특정 행동 후 심신장애가 발생해 범죄행위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는데도, 주류 섭취 등을 해 심신장애가 생겨 실제 그러한 범죄가 일어났다면 그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묻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취상태는 ‘행위자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발생한 심신장애’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만큼 주취감경이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더쌤 김광삼 변호사도 “주취감경 자체가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본인이 초래한 것”이라며 “술에 취했냐, 안 취했냐는 기준이 사실상 없다. 음주운전을 측정할 수 있지만, 그 이외는 측정하지 않는다. 주취감경을 악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형량 강화는 편법이고, 술에 취해도 정신이 반의식 상태에 있는 만큼 흉악범의 죄를 감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취감경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신록 강태근 변호사는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 부분을 양형에 어떻게 반영하는가에 문제지만, 음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단순히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면 이를 참작해 달라고 읍소할 경우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변호사들이 주취감경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시우 최재원 변호사는 “과거 70대 노인이 오이 서리를 하다 밭주인에게 들켜 도망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히게 했다. 이로 인해 노인의 범죄는 절도에서 강도상해로 변했다”며 “그러나 밭주인이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자, 판사가 주취감경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취감경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필요한 이들도 있다”며 “협의를 통해 주취감경 기준을 정한다면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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