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부총질" 문자 유출이 남긴 정치적 함의 셋
입력 2022.07.28 00:00
수정 2022.07.27 20:45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사이 대화 내용 유출의 후폭풍이 일단 잦아드는 형국이다. 어디까지나 '사적 대화'이고, 지금은 확전할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통령과 집권여당 원내대표 사이 짧은 대화를 통해 일부 현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혼란이 정리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① 이준석 향한 尹 속내 확인…의원들 반발 거의 없어
가장 먼저 확실해진 것은 윤 대통령의 이준석 대표를 향한 평가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갈등이 적지 않았던 만큼, 감정이 좋지 않을 것이란 추정은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직접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개월의 당원권 정지 기간이 끝나더라도 다시 이 대표 체제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실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은 윤 대통령 보다 소속 의원들이 더 심했다. 지난 대선 기간 이 대표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의원총회에서 '대표 탄핵'을 의결하는 단계까지 논의가 이뤄졌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중재에 나서 의결을 막았던 이가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었다. "내부총질"이라는 심한 비토에도 불구하고, 이준석계 인사들 외에 당내 반발이 거의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히려 이 대표를 나무라고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당내 대립 구도에서 가장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권 교체 후 윤핵관들과 이 대표의 불화는 계속됐고, 안철수·이준석 불화도 계속됐다"며 "대통령도 사람인데 당대표가 화합적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지 않고 계속 내부 불화만 야기 시키는 것을 보고 어찌 속내를 계속 감출 수가 있었겠느냐"고 윤 대통령 입장을 대변했다.
② '권성동 직대 체체' 신뢰…체리따봉 뒷이야기도 화제
두 번째는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 방점은 사실 "내부총질하는 당대표"가 아닌 "당이 잘한다. 달라졌다"에 찍혀 있었다. 결과적으로 호사가들 사이에서 떠돌던 '권 대행이 윤핵관 서열에서 장제원 의원에게 밀렸다'는 관측은 힘을 잃게 됐다. 일각에서 '권 대행이 일부러 대화 내용을 유출한 게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윤 대통령이 보낸 '핑크체리 따봉'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청년특보로 이름을 알렸던 장예찬 씨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내가 보낸 제안이 엄청 마음에 들면 방울토마토 같은 과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이모티콘을 보낸다"며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엄청 잘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신뢰가 계속 유지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권 대행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저의 부주의"라며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검수완박법 합의 △지인 채용 해명 논란에 이어 세 번째다. 실수가 잦아지고 논란이 빈번하면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나중에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③ 강기훈 누구? 새로운 인물 등장 예의 주시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다. 언론에 포착된 사진에서 권 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창에 "강기훈과 함께..."라고 적는다. 실제 메시지를 보내고 윤 대통령이 이를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통령과 집권여당 권력자 사이에서 거론된 인물이어서 주목됐다. 무엇보다 그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대통령실이 공식 확인해 준 것은 아니나, 강기훈 자유의새벽당 공동대표를 지칭한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1980년 생이며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강 대표는 현재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에 일찌감치 참여해 청년정책 관련 조언을 했으며, 권 대행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파악된다.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선대본부 체제로 재편된 이후 '여가부 폐지' '장병 월급 200만원' 등 화제를 모았던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멸치·콩나물 장 보기,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참석, 24시간 영업 강행 횟집 방문 기획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지율이 바닥을 쳤던 시기 2030 남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상승세를 타는데 크게 기여한 이벤트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대체하는 청년 정치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지도나 이력, 체급에서 비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강기훈 얘기가 나온 것은 배후에 숨은 뜻이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권 대행 간의 앞으로 정치적 구상에 대해 많은 대화가 있었지 않나 싶어 그러한 것도 잘 봐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