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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⑯] 태풍에 쓰러진 나무에 사망 환경미화원…유족, 구청 상대 손배소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2.07.27 05:29
수정 2022.07.26 20:47

2019년 태풍 링링에 쓰러진 나무가 환경미화원 머리 강타해 사망…유족, 1억원 손해배상청구

유족 "긴급 복구 필요 없는 장소, 구청 책임" vs 구청 "천재지변 탓"

전문가 "태풍 속에서도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작업이었는가가 소송의 쟁점"

"일시 수입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계산해봐야…사망자 나이 많아 1억원까지는 안 나올 수도"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데일리안 DB

태풍이 오던 날 길에 쓰러진 가로수를 복구하는 작업에 투입된 환경미화원이 쓰러진 나무에 머리를 강타당해 사망했다. 유족들은 환경미화원에게 작업 명령을 한 구청에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를 냈지만 구청은 배상 책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환경미화원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이며, 책임이 있다면 손해배상금 1억원은 적당한 금액일까.


26일 법원에 따르면 환경미화원 김모(당시 74세)씨의 유족들은 지난 3월 서울시 광진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재 서울동부지법 민사17단독 설민수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7일 태풍 링링이 국내에 상륙할 당시 김씨는 광진구 아차산 인근에 쓰러진 가로수를 복구하라는 구청 지시를 받고 작업에 투입됐다. 구청은 전문 인력이 아닌 3명의 환경미화원에게 일을 맡겼다.


김씨는 작업 도중 쓰러진 가로수에 머리를 강타 당한 뒤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김씨의 유족은 김씨가 사망에 이르는 데에 구청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약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의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태풍 링링은 풍속이 매우 빨라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사고 현장이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공원 내에 있어 대형 교통사고 발생 우려 등 긴급 복구가 필요한 장소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청 측은 "수목 정비작업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했으며 수목이 날아와 머리를 강타하는 일은 대비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반박했다.


환경미화원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 전문가들은 '태풍 속에서도 해야 할 만큼의 중요한 작업이었는지'가 이 소송의 쟁점이라고 봤다. 김씨가 서울에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도 광진구청의 지시를 받고 가로수 복구 작업에 나섰다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김남석 노동 전문 변호사는 "태풍이 오고 있는데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라고 해도 굳이 그 와중에 처리했어야 했는지 선뜻 와 닿지는 않는다"며 "꼭 필요한 상황에 업무를 나간 것이 맞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럴 필요성이 인정이 안 되면 단순한 자연재해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 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자연재해인 태풍으로 인한 사고라고 해서 구청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주원 정재욱 변호사는 "태풍이 온다는 것을 알고도 광진구청에서 미화원을 내보낸 것에 대해서는 과실 유무의 다툼이 쟁점"이라며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사용자가 어떤 조치를 했는지, 안전모나 마스크 등을 제공했는지, 안전교육을 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치들이 충분했는지 따지는 것은 법원의 영역인데 아주 복잡하다"고 부연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의견이 다양했다. 권 변호사는 "사망자가 살아 있었다고 가정했을 때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간과 수입을 계산하는 일시 수입을 계산해봐야 한다"며 "사람의 목숨을 값어치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유족이 요구하는 금액이 많은 금액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숨진 김 씨의 나이가 74세다 보니 이 정도를 청구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반면 김 변호사는 "생명의 가치가 다른 것은 아니지만, 사망자가 연세가 있는 경우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보다는 기대 이익 등이 고려돼 1억원이 모두 인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법적으로 많다 적다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얼마를 받아도 적을 것이고, 배상해주는 쪽에서는 1억원도 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대개 1억원까지는 잘 인정되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도 "사망자의 나이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위자료, 장례비 등과 일시 수입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계산해봐야 한다"며 "젊은 사람이면 충분히 1억원 이상 나올 수 있는데 나이가 많은 분이라서 1억원이 나올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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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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