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년2개월來 1320원 돌파...“1350원 열어놔야”
입력 2022.07.15 09:56
수정 2022.07.15 09:59
경기침체 우려 속 유럽・중국 악재 덮쳐
‘킹’ 달러에 당국 속수무책, 1350원 위협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1320원대를 돌파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글로벌 달러 강세를 꺾일 요인이 부재하다. 시장은 환율 상단을 1350원까지 열어놓고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5.9원 오른 1318.0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장중 상승세를 이어가며 1320원을 넘어섰다. 이는 고점 기준 2009년 4월30일(1325원) 이후 13년2개월만의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9시36분 현재 1322.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 급등은 경기 침체 우려 속 유로화・위안화 등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로화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와 이탈리아 총리의 사임 문제 등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급락했다. 중국 위안화는 주택 매수자들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 거부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오면서 떨어졌다. 엔화는 주요국 긴축 정책과 달리 홀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 우려에 대한 염려는 다소 축소됐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로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울트라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1.00%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급부상했으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 연준 내 주요 인사들이 0.75%p 인상을 고수한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다만 달러 강세 속에 이를 견제할 요인이 없어 환율이 13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1350원 돌파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며 “원화 약세보다 달러 강세가 워낙 짙어, 당국이 강하게 개입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듯 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달러 유동성 경색이나 위기로 볼만한 움직임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도 예상보다 많이 올랐고, 유로화 약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외국인들도 매도세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무역수지 적자 역시 원화 약세 재료로 작용했는데 환율 상승 추세를 전환시킬 계기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상단은 1350원까지 열어놓고 있는데, 8-9월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 원・달러 환율도 9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