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빅스텝에 금리 더 올려도 긴축 아냐…연말 최대 3% 합리적”(종합)
입력 2022.07.13 13:19
수정 2022.07.13 14:58
중립금리 하단 수준에 불과…연말 2.75~3%
물가 3Q 말~4Q 초 정점 전망… 불확실서 여전
한·미 금리역전 불가피...자본유출 등 살펴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연말 3% 금리 시대 개막을 예고했다.
다만 물가 전망 경로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 추가 빅스텝 없이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 2.75∼3.00%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한 두 번 더 올려도 긴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를 인상, 기준금리는 종전 연 1.75%에서 2.25%로 대폭 상향됐다. 이같은 기준금리 인상폭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차용 총재는 “기준금리를 2.25%로 올려도 아직은 중립금리 하단 수준으로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긴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의 이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역대급으로 물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까지 뛰었는데 이는 23년7개월만의 최고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와 근원인플레이션도 4%에 근접한 상태로 한은은 6%대의 높은 물가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고물가 상황이 더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며 “저희 예상으로는 물가 정점이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물가전망 경로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 추가 빅스텝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어 내달 금통위 회의에서도 0.25%p 인상이 유력한 상황으로 내년 경기 침체를 감안해 금리 인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경기 침체가 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너무 성급한 것 같다”며 “향후 물가상승률 전망 경로를 보고 판단해서 종합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 연말 금리 3% 시대가 개막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2.75%나 3% 금리 수준을 시장에서 예측하는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조정이나 유가 등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하면 금리역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6%를 넘고 경기도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당연히 금리가 역전될텐데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저희가 금리 역전이 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금리 차가 50bp에서 90bp 정도 갔었고 최대 100bp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금리 격차로 인한 외환시장 영향이라든지 자본유출 등 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경기 침체 우려나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미국처럼 빠르게 자이언트 스텝을 갈 필요까진 전혀 없다”며 “올해 성장률이 2%, 세계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2% 중반, 내년에는 2%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가중 될 20·30대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금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 집을 살때 3% 이자율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경제상황을 볼 때 이런 가정하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보다 (금리 인상)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상황이라는 조언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금리만으로 물가를 잡기에는 비용이 크지만 거시 상황에서 금리를 통해서 물가를 잡는것이 중요하다는 시그널을 주면 개별 주체가 각자 노력으로 가격이나 임금 상을 억제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정책을 동원한다”며 “여러 경제 주체의 협조를 통해서 물가를 잡는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간담회 말미에도 이례적인 빅스텝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것도 과거 고물가 고착으로 피해를 보는 잘못을 반복하기 전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것이 바람직하지만 향후 인플레 속도나 글로벌 경기둔화 정도 등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인만큼 이를 잘 점검하면서 정책 대응시기와 폭을 유연하게 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