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사회적 약자?…연세대가 타깃 되고 있다"
입력 2022.07.05 01:07
수정 2022.07.04 20:31
연세대 재학생 3명, 민노총 소속 청소노동자 업무방해 혐의 고소…집회 소음으로 학생 수업권 침해
정작 임금동결 선언 대학에선 수위 낮아 연대, 민노총 표적 의혹…연대서 성공하면 유리한 위치 점령?
전문가들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 주목해야…지금의 2030, 개인의 자유 침해 용납치 않아"
"1인 시위 등 노조 시위 형태·투쟁 방식 변해야 공감 얻을 것"…학교 당국이 적극적인 역할 해야
연세대학교 재학생들이 학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청소 노동자들을 고소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민노총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노총은 이제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노조의 시위 형태와 투쟁 방식이 변해야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4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 재학생 3명은 최근 교내에서 임금 440원 인상과 정년퇴직자 결원 충원, 샤워실 설치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지난 4월 6일부터 집회 중이던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노동자들이 하는 시위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 피해가 컸다"며 고소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학내에서는 '연세대가 민노총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노조가) 연세대나 이화여대처럼 규모가 큰 학교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 수업권 침해 논란이 있는 학교에서 수위를 더 높여 건물 앞에서 밥그릇까지 들고 나와 두드리고 있다. 그런 노조가 '임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동결을 선언한 대학에선 정작 학내 집회를 하지 않고 정문 밖에서 하는 등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연세대 재학생 B씨는 "3분의 1 정도는 확성기로 민중가요 음악을 틀고, 3분의 1은 확성기로 연설을 해 도저히 수업이 들리지 않았다"며 "노조가 우리 학교를 타깃으로 삼고 시위했고, 협상에 성공한다면 다른 학교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전략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 노동자들은)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노조에 소속돼 있고, 고문 변호사도 있지만 저희는 수입도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에 주목해 시위 형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위를 하면 당연히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학습권을 침해되는 면이 있다"며 "(이전 세대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의 2030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노조원들의 시위 형태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집단적인 이익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 같고, 이는 노조에 대한 반감과도 연결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1인 시위같은 방법도 있을 텐데, 여전히 학내에서 학생들이 공부할 때 큰 소리를 내면서 시위하는 방식으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결국 노동운동의 전략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결 주체'인 학교 측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집회의 지속 시간과 강도, 시기적인 특성을 감안하긴 해야 하지만 학교 당국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교에서도 적극 조정을 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거나 막무가내일 경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학교 측이 임금 440원 인상 등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응을 했어야 했다. 학교 측의 조정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관계자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업체와 노조 간 교섭을 10여차례 진행했고, 학교 측에서는 할 수 있는 안을 처음부터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왔다"며 "임금협상 구조 자체가 집단교섭 형태로 민노총 서울지부에 가입돼 있는 서울 지역 대학이 13개 정도 된다. 대학마다 처한 여건이 모두 달라 연세대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