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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찾아 삼만리"…충전할 곳도 없는데, 시도 때도 없이 '구매 독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2.06.26 06:44
수정 2022.06.30 10:14

지난해 기준 국내 전기차 10만5000대…구축 주차장 2%만이 전기차 충전

이용자 "충전하러 다른 단지까지…전기차 충전 자리에 버젓이 일반 자동차 주차, 경고만"

전문가 "충전시설 확대, 일반 차량 단속, 운전자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지자체별 혼란"

"바로 충전 가능 '스마트 그리드형 과금형 콘센트' 방식 도입 필요…운전자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도로에도 전기차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이용자들은 여전히 충전소를 찾아 이곳 저곳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이용을 독려하는 만큼 전기차 충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지자체가 나서서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충전 인프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전기차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대수는 2.6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6만4000대에서 10만5000대로 늘어났다. 전기차의 완속 충전소는 9만대로 86%, 고속 충전소는 1만5000대로 14%였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상 신축 건물은 주차공간의 5%, 구축은 2%를 전기차 충전소로 설치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의 수에 비해 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전기차를 구매했다. A씨는 "전기차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점 때문에 구매하게 됐다"며 "구매 이후 충전 문제가 가장 불편했다. 충전기를 찾아 다른 단지에 가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전기차 충전하는 자리에 일반 자동차가 주차하는 경우도 많은데 경비원에게 말해도 경고 조치만 할 수 있을 뿐 이동시키는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차 구매만 강조하지 말고 이용자 편의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해줘야 한다. 백화점에 가도 많아야 세 곳뿐"이라고 토로했다.


전기차를 이용 중인 30대 B씨는 "고속 충전소의 경우 없어서 차를 가지고 30분이나 가서 충전하는 일이 많다"며 "완속 충전소는 완충까지 몇 시간이나 걸리니까 불편하다. 고속 충전기에서 충전하려고 4대가 충전할 동안 기다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콘센트로 충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너무 느려서 밤새도록 꽂아야 하고 콘센트 옆에 주차할 곳이 없을 때는 답이 없다. 대부분 단지 거주자만 사용할 수 있어 충전소 찾기가 힘들다"며 "부모님도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지만 충전소 부족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축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구축 아파트와 빌라 거주자 보다는 상대적으로 불편함이 적었다. 지난해 말 전기차를 구매한 C(55)씨는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전기차 충전소 부족 불편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며 "충전소 문제만 없으면 환경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디젤차량보다 훨씬 좋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 종로구는 평창동에 전기차 급속충전소를 구축했다. ⓒ종로구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편리한 충전을 위해 주유소와 주차장 콘센트를 통해 충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또한 ▲충전 시설 확대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하는 일반 차량 단속 ▲운전자 교육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전기차를 사용한다는 것은 전력 생산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이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라면서도 "지금은 충전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 지자체, 전기차 생산 기업에서 다 같이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환경 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 1월 28일자로 개정되다 보니까 아직까지 지자체별로 혼란이 있는 것 같다. 전기차 충전 방해했을 때 10만원, 전기차 충전 시설을 훼손했을 때 20만원의 과태료 부과 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첫 도입 때처럼 친환경 차 주차도 인식이 바뀌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이다. 주정차 단속하는 인력이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신고하는 전기차 주차 자리에 일반 자동차가 주차할 경우 신고하는 등의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전기차는 단거리 운행을 주로 하기 위한 수단이다 보니 백화점이나 마트의 충전소 확보도 필수적"이라며 "자동차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만큼 운전자의 인식과 정부의 충전시설 확보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시설 확대와 단속, 운전자 교육 세 가지가 한 번에 이뤄지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비해 2%, 5% 주차 충전 확보는 의미가 없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도심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에 거주하는데 충전 시설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차장 아무 곳에서나 주차를 해도 충전할 수 있게, 220볼트 콘센트에 트렁크에서 꺼낸 충전선을 꽂으면 바로 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형 과금형 콘센트' 등의 해법이 필요하다"며 "거주지 밀접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언제든지 편하게 충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네비게이션으로 충전소의 위치와 현재 사용 중인지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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