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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25, 결코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 되어선 안 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6.22 07:07
수정 2022.06.20 08:08

6.25, 끝없이 왜곡되고, 은폐, 수정되면서 본질 흐려져

‘잉크로 쓴 거짓’이 ‘피로 쓴 진실’ 덮는 역사의 왜곡

“담담타타(談談打打) 타타담담(打打談談)”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데일리안 DB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였던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에서 갈파한 경구다.


한민족 최대의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자, 세계사적으로도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가장 참혹한 전쟁이란 평가를 받는 6.25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결코 잊혀서는 안 되는 우리의 비극적 역사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6.25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그동안 6.25는 끝없이 왜곡되고, 은폐되고, 수정되면서 본질이 흐려져왔다. 급기야 지금은 참담한 상흔이 서서히 잊히면서 영원히 망각 속으로, 역사의 장막 뒤로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좌파 정권의 ‘위장 평화쇼’를 거치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한 환상으로 38선에서 시작되어 38선에서 끝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이 ‘완전히’ 끝날 것이라는 일부의 섣부른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선언’과 ‘종이 위의 협정’만으로 6.25가 ‘영원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끝날 수는 없다.


6.25를 잊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草芥) 같이 버린 순국선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해야 진정한 종전을 맞이할 수 있다.


먼저 우리는 나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 ‘6.25의 정확한 본질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당한 침략전쟁’이냐, ‘조국 수호의 방어전쟁’이냐에 따라 참전용사들의 명예가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주장한 미국이 이승만의 북진통일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북의 선제남침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풍미했다.


“미 제국주의를 우두머리로 하는 외래침략자들과 리승만 괴도당의 무력침공을 반대하여 진행한 정의의 전쟁”


북한 ‘조선대백과사전’에 있는 내용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주장이다. 한마디로 ‘잉크로 쓴 거짓’이 ‘피로 쓴 진실’을 덮으려는 역사의 왜곡이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 중국 등에서 김일성과 스탈린의 서신 등 ‘남침’을 뒷받침하는 비밀자료가 공개되면서 역사적 진실은 분명해졌다. 미국이 새로운 냉전체제 하에서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한 반면, 소련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쟁을 지원했음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외눈박이의 편협함으로 역사의 진실에 눈감고, 끝없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현실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보기 때문이다.


“담담타타(談談打打) 타타담담(打打談談)”


중국의 모택동이 국공 내전을 거치면서 활용했던 전술전략의 핵심이다. “공격하면서 대화하고, 대화하면서 공격한다”는 뜻이다. 막강한 군사력과 미국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도 장개석이 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다.


6.25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에 우리가 철저히 속고 당한 것이다. 전세가 불리하면 대화하고, 유리하면 다시 공격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공산주의 역사에서 입증된 진리다.


북한 같은 완벽한 1인 독재 체제와의 협상에서는 최소한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라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믿지마라. 그러므로 검증하라(Do not trust, therefore verify)’는 원칙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리는 ‘역사의 거울(史鑑)’을 통해서만 현재를 알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6.25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되는 한 6.25는 절대, 영원히 끝날 수 없다. 우리는 6·25가 남긴 전쟁의 상흔(傷痕)을 ‘선명하고, 또렷하며, 정확하게’ 기억해야 한다.


그럴 때만 70년 분단과 대결의 역사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고 평화 공존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 그럴 때만 격랑의 한반도에 얼음이 풀리고 평화의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좌파 일각의 ‘자성(自省)’과 ‘맹성(猛省)’을 촉구하며, 기대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순국선열 및 그 유족들을 ‘실질적으로’ 예우해야 한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미국 워싱턴에 있는 6.25 전쟁 기념비에 새겨진 경구다. 자유는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을 딛고 자란다는 뜻이다.


더 이상 우리는 ‘예산부족’과 ‘법령미비’의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국가가 나서서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마땅히 갖춰야 할 예우를 다 해야 한다. 보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이다.


나라 위한 희생이 보상받지 못하는 나라는 결코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다.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한 결코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없다.


“전필승공필취(戰必勝功必取) 남북통일완수(南北統一完遂)”


1952년 경기도 양주군 봉서리에 살던 김원준씨가 사병으로 입대할 때, 할아버지께서 써준 격려의 글이다. “전투에서 승리하여 공을 세우고, 남북통일을 완수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숱한 외침에도 5000년 이상 ‘자주독립국가’를 유지해온 ‘보이지 않는 힘’이다. 진정한 평화는 ‘남북화해와 공존의 6.15’와 ‘동족상잔의 비극 6.25’가 모두 기억될 때 이뤄진다.


“아아! 임진년의 전화는 참혹했다. 수십일 동안에 삼도를 지키지 못했고, 팔방이 산산이 무너져 임금께서 수도를 떠나 피난했는데, 그러고도 오늘이 있게 된 것은 하늘이 도왔기 때문이다. 시경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뒤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진정한 평화는 서애 유성룡이 눈물과 회한으로 쓴 7년의 전란 기록인 ‘징비록(懲毖錄)’이 다시 쓰여질 때 가능하다.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산화(散花)한 모든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진심어린 외경심(畏敬心)을 표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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