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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대만해협 지위 놓고 정면충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6.17 08:30
수정 2022.06.17 07:58

中, 최근 잇따라 “대만해협, 중국 영해” 주장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기존 입장 뒤집어

美 “자유통행 가능한 국제수역” 강력히 반박

대만해협이 중국의 영해에 속하는지, 아니면 국제수역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인 샘슨함(DDG-102)이 지난 4월 26일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미 해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올들어 세 번째다.ⓒ 뉴시스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을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이 요동치고 있다. 대만해협이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에 속하는지, 아니면 국제수역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영해라면 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중국측의 허용 또는 묵인이 있어야 하지만 국제수역이라면 별다른 절차없이 통과가 가능하다.


중국 국방 당국자들은 지난 수개월 간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대만해협이 국제수역이 아닌 영해라는 주장을 미군에 전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통상적으로 대만해협 내 미군 활동에 반발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까지 중국군이 미군과의 다양한 레벨의 회동에서 대만해협의 국제법상 지위문제를 거론한 적은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만해협은 중국 남동부 푸젠(福建)성과 대만 사이의 길이 400㎞, 넓이 150~200㎞의 바다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앞바다’로 여기는 중국에겐 대만해협이 ‘아픈 손가락’이다. 중국은 1949년 대륙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군의 지원과 한국전쟁 참전 등으로 대만 통일에는 끝내 실패했다. 1958년에는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다오(馬祖島)를 점령하기 위해 47만발의 포탄을 퍼부었지만 이 작전 역시 좌절됐다. 미국이 제7함대와 최신예 전투기 F-104A 스타파이터를 파견하는 바람에 제해권과 제공권을 빼앗긴 중국은 무력 통일을 포기해야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 두번째)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오른쪽 맨앞)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있다.ⓒ 뉴시스

중국은 1995~1996년에도 고배를 마셨다.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1995년 자신의 모교인 미국 코넬대에서 강연하는 등 ‘하나의 중국’ 원칙을 뭉개버리자, 중국은 1996년 2월 푸젠성(福建省)에 12만명의 군사력을 배치하고 대만해협 건너편 대만 가오슝(高雄)을 향해 둥펑(東風) 미사일을 발사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감돌았다. 3월로 예정된 대만 최초의 총통선거에 위기감을 조성해 ‘대만 독립주의자’인 리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이 태평양함대의 항모 인디펜던스호뿐 아니라 페르시아만에 있던 핵항모 니미츠호까지 대만 인근에 집결시켜 압박하고 리 총통이 압승을 거두며 재선되자, 중국은 결국 물러났다. 이런 ‘사연’을 지닌 대만해협을 외국 함정이 지나가는 것은 중국에겐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해협을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해 왔다. 영해는 주권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독점적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EEZ는 외국 선박과 항공기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 중국의 영해 주장은 대만해협을 국제수역으로 인식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해 온 미국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항행의 자유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갈등하며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온 해역에 미군이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해야 한다며 군함을 파견해온 작전을 뜻한다.


대만해협이 국제수역이라는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미국은 군함을 주기적으로 통과시켜왔다.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마틴 메이너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을 펼칠 것”이라며 “여기에는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발끈했다. 그는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이며 중국은 대만해협에 대해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만해협의 폭은 가장 좁은 곳이 70해리(약 130㎞), 가장 넓은 곳이 220해리에 이르는 만큼 대만해협의 해역은 중국의 내해와 임해, 인접해역, EEZ로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해협을 국제수역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만문제를 조작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할 핑계거리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며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 중국은 대만해협에 대해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국제수역은 유엔해양법 협약 등 국제법에 명시된 공식 법률용어가 아니다. ‘항행의 자유’ 작전과 관련한 미·중 갈등의 맥락에 자주 등장한다. 12해리 ‘영해’와 ‘공해’의 중간지대를 뜻하고,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비슷하지만 EEZ에서 국제법상 보호받는 연안국의 경제적 권한을 제외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EEZ에 대해 수중 및 해저자원에 대한 연안국의 배타적 권리는 인정하되 그 표면과 상공에서 선박과 항공기가 지나다니는 것은 공해처럼 ‘자유’라는 주장을 펼 때 국제수역이라는 용어가 사용돼 왔다. 미국이 자국 군함의 대만해협 국제수역을 통과했다고 말할 때는 대만해협에서 중국 영해에 진입하지 않았고, 중국이 주장하는 EEZ 범위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EEZ 내 항행에는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은 국제수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법률용어가 아니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데다 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대원칙 아래 대만해협 안에 외국 군함이 사전허가 없이 다닐 수 있는 공해는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행과 관련한 미·중간 법적 쟁점이 있다면 그것은 대체로 일국 군함이 제3국 EEZ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연안국에 사전 통보와 같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유엔 해양법 협약 제58조는 협약 제87조에 규정된 공해상에서의 항행·상공비행 자유를 EEZ에서도 향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협약 87조 등은 항행 및 상공비행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이익과 권리를 적절히 고려하고 협약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안국이 채택한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엇갈린다. 미국은 EEZ 내 자유로운 통항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견해인데 비해 중국은 미국 군함이 중국 EEZ를 통과할 경우 중국 법령에 정해진 의무를 미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제법에서는 특정국가 경계에서 24해리 안쪽을 통과할 때는 3일전에 해당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그 밖을 항해할 때는 특별한 절차가 없어도 된다. 배타적 관할권인 영해는 국제법상 12해리다.


대만은 대만해협이 국제법상 ‘공해의 자유’ 원칙을 적용받는 국제수역이라고 못 박았다. 대만 외교부는 14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고의로 국제법 규칙을 왜곡해 대만해협을 EEZ로 축소하려는 것은 대만을 집어삼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해협은 우리 영해 바깥에 있는 국제수역이다. 공해상 항행의 자유 원칙이 적용된다”며 “대만은 국제법에 따라 대만 해협에서 외국 선박의 어떠한 움직임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대만해협의 중간선 좌표.ⓒ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앞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대만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맞붙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대만 인근에서 중국의 도발적인 군사행위가 늘어났다며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현상유지에 여전히 중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안정, 번영을 해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날인 12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누군가가 감히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반격했다.


더군다나 오스틴 국방장관은 대만해협에서 유사시 미군이 개입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파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두 개의 크게 다른 시나리오”라고 대답했다. 오스틴 장관의 대답이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에 선을 그은 것과 비교하면 대만 유사시에는 미국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닛케이는 해석했다.


글/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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