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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자 재산관리인도 적법한 고소권자"…대법 첫 판단 나와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입력 2022.06.16 17:21
수정 2022.06.16 17:22

연락 끊긴 친동생 대신 재산관리한 피고…동생에게 공탁금 13억 존재 감춰

법원, 새 재산관리인으로 변호사 지정…법원 허가받아 동생 대신 고소 진행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행방이 불분명한 '부재자'의 재산이 빼앗기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당사자 대신 제기한 고소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동생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A(79)씨의 상고심을 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이 대신 관리하던 동생 B씨 몫의 수용보상금 존재를 알리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988년 아버지가 숨진 뒤 아버지 소유의 부동산들을 어머니 및 동생 B씨 등과 공동으로 상속받았다.


그런데 당시 B씨는 1986년 미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였고, 이에 법원은 A씨를 동생 몫의 상속 재산을 대신 관리하는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지정했다.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B씨처럼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면서도 행방이 불분명해 상속 재산을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 법원은 가족이나 변호사 등을 재산관리인으로 정한다.


A씨가 재산관리인으로 선정된 이후 구청은 이들에게 상속된 건물을 주차장 부지로 수용했다. 이때 B씨 몫의 수용보상금으로 약 13억 7000원이 발생해 법원에 공탁됐다. A씨는 부재자 재산관리으로써 이 공탁금을 수령해 보관했다.


A씨는 자신도 수용보상금을 받았지만, '동생 몫의 세금을 대신 내왔다'고 주장하며 B씨가 상속받은 부동산을 매각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법원은 이에 A씨가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보고 해당 지위를 빼앗고 C 변호사를 새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A씨는 하지만 부재자 재산관리인 지위를 잃은 뒤에도 C 변호사에게 동생 몫의 공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C 변호사가 피해자인 B씨를 대신해 A씨를 고소하도록 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부재자 재산관리인인 C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신해 고소하는 것이 적법한지'였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피해자나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가족 등을 고소권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재산관리인에게 고소권이 있는지는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심은 C 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고소권이 있다고 봤다. 이에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재판부는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부재자 재산을 관리하는 행위에 한정된다"면서도 "다만 재산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관리의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며 여기에는 관리 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를 고소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 "부재자 재산관리인 제도는 부재자의 남은 재산과 다른 상속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재산 관련 범죄가 일어났을 때 부재자 본인이 처벌 의사를 밝히지 못하므로 재산관리인에게 고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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