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척 중 4척에 스크러버"…고유가에 빛나는 HMM 경쟁력
입력 2022.06.17 06:00
수정 2022.06.16 17:57
정유사 마진 높은 경유 생산 늘리고 저유황유 줄여
저유황유 가격 상승에 선사 고정비 상승 불가피
HMM, 스크러버 탑재율 83%…원가 부담 낮춰 경쟁력↑
저유황중유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보다 마진이 높은 경유(디젤) 생산에 집중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저유황유 사용 비중이 높은 선사들은 뛰는 기름값만큼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로 비용 부담을 낮춘 HMM은 '고유가' 기조에 상당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17일 선박유 가격 정보 업체 십앤드벙커에 따르면 글로벌 20개 항구의 평균 초저유황중유(VLSFO) 가격은 이달 14일 기준 t당 1125.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최고치로, 코로나 이전 2019년 12월 말 가격인 671.25달러를 454.25달러나 웃돈다.
저유황유는 중유 중에서도 고유황유 보다 황 함유량이 적은 기름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올해 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28달러를 나타내던 저유황유 가격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며 최근까지 80%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로 위축됐던 글로벌 환경이 지난해 말부터 위드코로나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산업·차량용 연료로 주로 쓰이는 경유 수요가 급격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등·경유 정제마진은 올해 들어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6월 평균 디젤 정제마진은 배럴당 6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등유는 50달러를 넘보고 있으며 휘발유(가솔린)도 3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마진이 높은 경유가 인기를 끌자 정유사들은 너도나도 저유황유 생산을 줄이는 대신 경유 공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통상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고유황 중질유에 촉매(FCC)나 수소(HCR)를 첨가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휘발유, 경유) 또는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데, 현재 경질유에 생산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서방국가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경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경유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원유는 인도, 중국 등으로 수출되지만 경유는 상대적으로 대체 시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러시아산 경유 공급 차질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경유 인기에 저유황유 공급이 줄었고 이는 유례 없는 가격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저유황유 사용 비중이 높은 해운사는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연료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고정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연료비 상승으로 울상을 짓는 것과 달리 일찌감치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한 HMM은 현재와 같은 고유가 기조에 상당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크러버는 황산화물을 씻어내는 장치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환경규제에 대비하기 하기 위해 선사들은 운항 선박에 황 함유량 0.5% 이하의 저유황유를 쓰거나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했다.
가장 환경친화적인 것은 LNG(액화천연가스)연료 추진선이나 비용 부담이 커 선사들은 대부분 저유황유 또는 스크러버를 선택했다.
HMM은 저유황유 보다는 스크러버 설치가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 대규모 스크러버 장착에 나섰다. 미주와 유럽을 오가는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물론, 현재 운영중인 사선 및 장기용선에도 스크러버 설치 공사를 했다.
현재 HMM의 컨테이너선 선대는 사선과 용선을 포함해 약 70척(81만TEU, 20피트 크기 컨테이너 크기)이며 이중 스크러버 설치 선박은 약 50척(67만5000TEU)으로, 장착률은 83%다.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보니 설치 당시엔 과잉 투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고유황유와 저유황유 가격 차이는 당시 100달러 내외에서 현재 380달러까지 벌어졌다.
HMM은 80%대의 높은 스크러버 장착률을 무기로 막강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해운조사 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에버그린 69%, MSC 48%, 양밍 35%, 머스크 35%, CMA CGM 24% 등으로 HMM이 1위다.
HMM은 이 같은 비용 절감 효과 및 운임 상승 등에 힘 입어 1분기에만 3조1486억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분기에는 2조6000억원대의 흑자가 예상된다. 분기당 평균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10조원대를 넘어서게 된다.
업계는 글로벌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만큼, 해운사들이 친환경 연료 선박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IMO는 전체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40% 이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국내 조선사들은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추진선 등 차세대 연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은 유가, 운임 등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친환경 선박 개발 및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조선-해운업계가 정부와 협력해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개발 및 수주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