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정영채號, 실적 악화 속 펀드 사태 재주목 ‘시험대’
입력 2022.06.12 06:00
수정 2022.06.10 16:56
펀드 수탁 신사업 앞두고 금감원 재조사 가능성 대두
상반기 부진에 하반기 돌파구 부재…악재 극복 관건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하며 3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겹악재를 만났다.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강화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고초를 겪었던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영채 사장이 국내 증시 환경 악화와 옵티머스 사태 재소환 등 연이은 악재를 뚫고 올해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통한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라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는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1조원 넘게 모은 뒤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사건이다. 최근 검찰 출신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선임으로 재조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옵티머스펀드 최다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은 사태 발생 이후 금감원으로부터 현장 검사를 받고 정영채 사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결국 지난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51억원대 과태료와 사모펀드 판매 3개월 중지 제재를 받았다.
이렇게 종결 처리되는 듯했던 사건이 새 금감원장 선임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회사가 올 하반기 신사업으로 펀드 수탁업을 추진하기로 한 상황에서 과거 사모펀드 사태의 기억이 되살려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오는 10월경 국내 펀드를 대상으로 한 원화 자산 수탁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 시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뒤 내년 3월부터는 해외 펀드까지 수탁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독점해 온 펀드 수탁 시장에 증권사 최초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조사가 다 이뤄져 제재와 징계 등을 받은터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펀드 수탁을 신 사업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과거 펀드 사태로 이름이 거론되는 게 달가울리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정 사장 취임 이후 매년 고공행진을 해 온 실적도 올해는 녹록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첫 해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최대 실적 달성 행진을 해 왔는데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기조 강화 등 달라진 사업 환경으로 올해는 부진이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이 1618억원에 그치며 전년동기 대비 56.8%나 하락했는데 2분기에도 어닝쇼크급 실적이 지속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41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9.9% 줄어들 전망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뚜렷한 돌파구가 없어 지난해 처음으로 가입했던 1조 클럽에서도 다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1조3167억원을 달성, 창사 이래 첫 1조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취임 전인 지난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이 4592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4년만에 약 3배 늘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증시 부진 지속으로 인한 주식 거래 규모 감소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브로커리지(Brokerage·주식중개) 부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NH투자증권의 올해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의 지난 2번의 연임에는 매년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성과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며 “올해 어려운 경영 환경을 마주하며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