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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없다, 바위 굴릴 시간 주자[김태훈의 챕터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06.11 07:01
수정 2022.06.10 13:22

참담한 여자 배구대표팀, VNL 1주차 4연속 셧아웃

리더 김연경 부재 여파 여실히 드러나..비판도 고개

“큰 바위 움직이려면 시간 필요” 인내심으로 지켜봐야

국제대회에서 리더로서 구심점 역할했던 김연경. ⓒ 뉴시스

“고비에서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리더의 부재가 안타깝다”는 것이 국가대표팀을 거친 감독과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이 빠진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세계랭킹 16위)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1주차에서 4경기 연속 셧아웃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게!!!”라고 외치며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리더’ 김연경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옛 스승’ 스테파노 라바리니(폴란드 감독)도 3차전서 한국을 완파한 뒤 표정관리를 했을 정도.


그만큼 한국 여자배구는 어두운 상황에 놓여있다.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김수지 등 30대 초중반 베테랑들이 빠진 현 대표팀에 도쿄올림픽 4강 멤버는 3명(박정아-김희진-염혜선)뿐이다. 급격한 세대교체 속에서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의 고전은 예상했지만 지나치게 무기력하다. 1주차 같은 경기력이면 승점자판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 태국에 비해 투지도 약해 보인다.


FIVB가 파리올림픽부터 대륙별 예선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랭킹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본도 아닌 태국에 밀린 상태라면 올림픽 출전권은 잡을 수 없다. VNL에서의 심각한 부진은 “어렵게 쌓아올린 위상을 후배들이 파리올림픽에서 잘 지켜주길 바란다”는 김연경의 당부와는 반대로 가는 길이다. 자칫 한국 여자배구가 암흑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룬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 뉴시스

“김연경이 없을 때, 김연경의 가치가 더욱 빛날 것”, “김연경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선수”, “김연경과 같은 슈퍼스타 탄생을 기다리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새로운 김연경의 출현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 그런 슈퍼스타는 당장 나오기 어렵다. 김연경이 없음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김연경 효과와 국제무대 호성적을 등에 업고 국내 리그가 흥행하고 연봉이 상승하면서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도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1주차 참담한 성적을 지켜본 배구팬들 사이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배구연맹(KOVO)도 경쟁력을 끌어올릴 신선한 자극 재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건강한 자극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급격한 세대교체 시기에서 대표팀을 향한 지나친 비판도 자제되어야 한다. 완전체로 훈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내심마저 내려놓고 ‘대표팀 까기’에 바쁘다면 ‘노답’이다.


신임 세자르 감독은 여자 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우리 앞에 굉장히 큰 바위가 놓여 있다. 처음에는 바위를 밀어도 잘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우리는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굴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김연경도 없고, 양효진도 없다. 바위를 밀어 꿈틀거리게 할 시간을 주자.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같은 마음으로.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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