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벤처’ 찾아라...KB·교보증권 투자 문 ‘활짝’
입력 2022.06.02 14:12
수정 2022.06.02 14:12
자산가 대상 신기술조합 상품 판매
국내 넘어 해외 혁신스타트업 투자
한화운용 진출에 대형운용사도 탄력
증시 침체와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 속 개인투자자들의 벤처 투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유망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인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각각 신기술투자조합을 활용한 상품 출시에 나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16일부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신기술투자조합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신기술투자조합은 증권사 등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가 설립한 조합으로 투자자(조합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상장·벤처기업 등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KB증권의 상품은 사모 형태로 판매되고 최소 가입 금액은 3억원이다.
증권사들이 신기사 라이선스를 등록하면 벤처캐피탈(VC) 자격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직접 자금을 관리·운용할 수 있다. 또 창업투자전문회사는 7년 이내 중소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반면 신기술사업금융사는 관련 제한이 없어 투자 범위가 더 넓다. 특히 최근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고액자산가가 늘어나면서 KB증권과 같은 신기술투자조합 활용이 활발해졌다.
교보증권도 올해 교보생명과 결성한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투자규모는 2000억원으로 투자대상은 콘텐츠와 금융투자, 교육,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이다. 현재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업체 라이앤캐처스 등 9곳에 대한 투자가 진행됐다.
교보증권은 이달부터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결성해 해외 혁신기업으로도 투자 영역을 넓혔다. 목표 펀드 규모는 최소 5000만 달러(약 637억원)에서 최대 7500만 달러(약 955억원)로 운용된다. 투자기간은 5년이다. 투자 대상 업종은 주로 핀테크, 헬스케어, 물류, 교육, 푸드테크 등으로 역시 기술력을 갖춘 혁신 스타트업 발굴을 목표로 한다.
신희진 교보증권 VC사업부 이사는 “동남아는 중산층 증가와 인터넷 경제 성장으로 2030년에 최대 6250억 달러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며 “파트너사들의 운용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을 공유해 성공적 투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신기술조합 약정 금액은 2020년 1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까지 20곳이 넘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신기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교보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과 흥국증권 3곳이 신기사 등록을 마쳤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신기술조합 결성도 탄력을 받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은행권이 사모펀드 수탁업무를 꺼리자 수탁은행 예치 의무가 없는 신기술조합 진출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한화자산운용이 신기술조합에 공동업무 자격으로 뛰어들면서 다른 운용사들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수익 상품으로 사모펀드와 유사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라이선스만 따놓은 채 수수료만 챙긴다는 지적도 있어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