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철쭉 만개한 소백산, 토종 여우를 품다
입력 2022.05.31 15:17
수정 2022.05.31 15:19
생태환경 변화로 사라진 토종 여우
2006년 소백산 일대 복원 사업 시작
240마리 도입·증식…자연출생 22마리
2027년까지 100마리 이상 복원 계획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추진 중인 토종 여우 인공 증식 및 자연생태계 복원기술 개발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본격 사업을 시작한 이후 15년 만에 148마리의 붉은 여우가 소백산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환경부는 30일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여우복원사업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진은 토종 여우 복원 사업을 맡은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관계자 안내에 따라 토종 여우 종복원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복원 과정과 여우의 생태·생리적 특징, 실제 여우를 살펴보며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중부보전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토종 여우는 개과 동물로 정식 이름은 ‘붉은 여우’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던 소형 포유류다. 그런데 1960년대 ‘쥐잡기 운동’ 등으로 먹잇감이 줄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81년 조사 때만 해도 전국 40여 개 지역에서 관찰됐으나 1989년 이후 흔적이 끊겼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토종 여우 사체가 발견됐다. 이후 환경부가 인공증식, 자연생태계 복원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해 2011년 여우종 복원 전담팀을 신설했다. 전담팀은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존속이 가능한 개체군으로 증식하는 데 신경을 썼다.
2012년 중국에서 들여온 2마리의 붉은 여우를 처음 야생으로 방사했다. 이후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여우 124마리와 자체 증식한 116마리 등 모두 240마리를 소백산 일대에 풀어놨다. 야생으로 돌아간 여우들이 자체 번식을 통해 22마리가 자연에서 출생했다. 전수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방사된 여우 간 번식을 통해 자연적으로 늘어난 개체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 여우 대부분은 중부보전센터가 자리한 소백산 권역 20km 근방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2014년께 여우 한 마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공단까지 넘어간 게 확인된 적 있다. 여우에 부착한 발신기 수신 한계를 고려한다면 활동 반경이 더 넓을 수도 있다.
원혁재 중부보전센터장은 “일반적인 붉은 여우의 활동 반경은 100~200km를 넘나들기 때문에 (북한 개성보다) 더 멀리까지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첫 야생 방사 이후 지난 10여 년간 모두 262마리의 여우가 자연에 뿌리를 내렸지만 현재 절반가량만 살아남은 상태다. 워낙 예민한 종이라 야생에서의 수명이 3~6년 남짓으로 짧은 것도 이유지만 밀렵꾼들이 설치한 불법 올무(덫) 등에 희생된 경우도 많다.
중부보전센터에서 보호 중인 여우 가운데 올무에 걸려 다리를 잃은 여우만 15마리에 이른다. 이날 취재진이 생태학습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여우들 가운데 상당수가 신체 일부를 잃은 상태였다. 올무 외에도 로드킬이나 농약이 묻은 과일, 채소를 먹고 죽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야생 여우 생존율은 60% 수준에 그친다.
원 센터장은 “방사된 여우 중 1년에 10마리꼴로 다쳐서 돌아온다. 이들은 더는 자연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다고 판단돼 보통 생태학습장에서 계속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랫동안 여우 복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 인식이 나아지고 자발적으로 보전 사업을 위해 애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소백산 여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만들어 올무 등을 수거하거나 ‘여우명예보호원’들이 앞장서 방사된 여우 개체 보존에 힘쓰고 있다.
중부보전센터 관계자는 “여우는 늑대와 달리 3~5㎏ 정도로 체구가 작고 조심성이 많아 사람을 보면 피해간다”며 “서식지와 인접한 민가나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주민들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종 여우 복원 사업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주민 희생과 협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여우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농약 사용을 줄이고 울타리 설치도 주의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토종여우 복원 사업은 지역주민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경북 영주시는 2020년부터 ‘소백산 여우가 감춰놓고 먹는 복숭아·사과’라는 내용을 상표화해서 홍보하고 있다. 영주시는 지난해 ‘여우의 미’라는 주제로 소백산 축제를 개최하는 등 해마다 토종여우를 주제로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오는 2027년까지 소백산 권역에만 여우 복원을 100마리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노력을 바탕으로 소백산 권역 내 5개 지역에 20∼25마리 수준 소개체군이 형성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게 한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