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장과 옹기장의 오묘한 만남
입력 2008.05.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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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여주도자기축제 한마당에서
제20회 여주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는 신륵사 행사장. 잘 정돈된 여주 도자기와 농특산물 부스에는 연일 방문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야외공연장 주 무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도자기축제 한마당을 흥겨움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물의회랑A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경기도 무형문화재관. 여주의 두 명장의 뛰어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이른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1호 사기장 한상구 장인과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7호 옹기장 김일만 장인의 특별전이다.
우선, 사기장 한상구 옹은 조선백자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인으로써 "조선백자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명장. 원료채취부터 배합토, 그림, 초벌과 재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손수 작업한다.
특히, 밑 그림없이 그려나가는 붓놀림은 생동감이 넘치고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텃치가 매력적이다. 또한 백웅(白熊)이라는 호에 걸맞게 전통 장작불을 고수하여 조선백자의 깊은 맛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우직한 장인이다. ´순수성과 백치미´가 돋보이는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젊은 시절 만들었다는 다완과 거북, 개구리, 해태, 금강산, 강아지, 인현, 물고기 등의 연적에서는 타인이 모방할 수 없는 오묘한 색채를 띠며 보면 볼수록 단아함과 순수성이 돋보이는 백웅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도마뱀이 양옆에 붙어 있는 청화백자 똬리모양 병, 백자 달항아리, 청화백자 운룡문호, 청화백자 모란문 항아리, 청화백자 모란문 단지, 청화백자 운룡문 항아리, 청화백자 봉황문 항아리 등과 소품으로 등잔, 제기, 향로, 청화백자 진사문병, 청화백자 적퓨화문 병, 세쌍둥이 양념단지, 백자 진사 난꽃무늬 편병, 청화백자 수복문병, 청화백자 팔각병 등도 백웅의 우직함속으로 빨려 들어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20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 한 편의 드라마는 경기도 무현문화재 제37호 옹기장 김일만 장인. 자식까지 포함해 7대째 이어가고 있는 옹기의 전통명문가로서 세인에게 "오부자 옹기"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 옹기장도 역시 전통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는 장인으로서 전통 장작불을 사용해 숨쉬는 옹기를 만들어 일상 생활속에 보급하고 있다.
금사면 이포리에 자리잡은 작업장에는 아들들이 작품별로 분업하여 전문성을 키워 나가고 있으며 조선후기부터 내려오는 ´옹기가마´는 경기도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옹기 오줌장군, 질 시루, 질 항아리, 옹기 초병, 질그릇 주전자 세트, 옹기 양념단지, 장독대, 옹기동이, 반 오지항아리 등 20여점이 선 보이고 있다.
두 명장 모두 전통을 고집하기에 생활형편이 넉넉지는 못하다. "장작가마에서 나오는 완성품은 고작해야 15~20% 정도입니다. 나이도 있으시고 작품수도 한정되기 마련이지만 전통의 맥을 전승하고자 하는 책임감이 있어 작품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백웅 한상구 사기장의 전수교육 보조자 윤희(남,31세)씨의 하소연. 김일만 옹기장의 전수자 셋째 아들 창호(남,40세)의 대답도 비슷하게 전해온다. "전통의 맥락에서 대를 잇는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고 형편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성껏 전통을 구워나가고 있습니다."
오는 2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제20회 여주도자기축제 행사장에서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사기장 한상구 옹과 옹기장 김일만 옹의 특별전에서 ´도자 천년의 맥´을 담아갈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