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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대법관·헌법재판관 검증? "축구경기 심판 한쪽 팀에서 검증하자는 것"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입력 2022.05.31 09:51
수정 2022.05.31 10:05

인사정보관리단이 민정수석실 검증 기능…대법관·헌법재판관 인사 검증도

한동훈 "비밀업무, 통상업무로 전환돼 의미 있는 진전"…인사 검증 '양지화' 강조

판사들 "사법부 독립·중립성에 악영향 불가피…이해 충돌 문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

법조계 "법무부, 국회나 언론 질문에 답변 못할 것…조직 운영 문제, 지켜보자"

법무부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는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이 대법관과 일부 헌법재판관의 인사 검증까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통상 업무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등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는 6월 출범을 앞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과거 민정수석비서관실이 맡았던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넘겨 받아 1차 검증 업무를 맡는다.


관리단이 민정수석실의 검증 기능을 그대로 갖는 만큼, 대법관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 검증도 관리단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거 정치 권력의 비밀 업무가 '늘공'(직업 공무원)의 감시 받는 통상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견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던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보다 국회와 언론의 감시를 받는 법무부의 인사 검증이 더 투명하고 공정할 것이라는 취지다.


한 장관은 법무부가 최고 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면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사 검증 업무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통상 업무"라며 "범위와 대상도 새롭게 늘리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인사혁신처의 업무로 규정된 인사 검증의 범위와 대상은 그대로 두고 위탁 대상 만을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변경하는 만큼, 위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한 장관의 판단이다.


반면 법조계는 법무부 산하에서 법관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재판 당사자로 법관들과 부딪히는 만큼, 관리단이 인사 검증 업무를 담당하면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판사는 "축구 경기의 심판을 한쪽 팀에서 검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무부가 강조한 '투명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인사 정보는 본질적으로 개인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법무부가 국회나 언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간다고 해도 인사 관련 정보를 일일이 공개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결국 이전과 비슷하게 '인사에 관한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관리단 출범 후 실제 운영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한 현직 재판연구관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정부 기관을 이용해 인사 대상자를 검증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공직자들에 대한 검증은 법무부든 인사혁신처든 행정부처 내에서 할 일"이라며 "다만 인사 검증 업무를 했던 검사가 자기가 검증한 판사의 재판에 관여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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