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셀럽들의 불화·이혼 고민까지 ‘예능’으로 봐야하는 시대
입력 2022.05.26 08:06
수정 2022.05.26 08:06
'결혼지옥' '결혼과 이혼 사이' 등 프로그램 잇따라 방영
현실 조언·전문가 솔루션 활용...갈등 '전시'는 경계해야
꽤 오랜 기간 연예인들에게 ‘이혼’은 터부시되는 키워드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를 역행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지난해 10만여 쌍이 이혼하는 시대, 부부가 이혼을 고민하는 갈등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 프로그램의 등장은 예능가에서도 새로운 흐름으로 읽힌다.
기존에도 연예인 부부의 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존재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SBS에서 방영됐던 ‘자기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영됐던 JTBC ‘1호가 될 순 없어’ 등 연예인 부부의 일상을 담아내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담아냈다. 다만 과거엔 ‘이혼’이란 키워드보단 연출된 ‘갈등’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엔 부부가 이혼을 고민하고 갈등하는 현실적인 과정을 다루면서 더 자극적인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이혼을 고민 중인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는 부부들의 속사정이 여과없이 공개되고 있다. 눈살 찌푸려지는 부부의 다툼이 속출한다. 티빙에서 방영되고 있는 ‘결혼과 이혼 사이’와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 그 예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이혼 경험이 있는 김구라와 이혼 가정에서 자란 작사가 김이나 등이 패널로 출연해 관찰 카메라에 담긴 부부의 모습을 보여 이야기를 나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내룡 PD는 “연간 이혼 건수가 1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가 많다”면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본인에게)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결혼’ 또는 ‘좋은 이혼’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첫 방송을 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도 비슷한 포맷이지만, 여기에 전문가가 투입됐다. 주로 육아 문제를 다뤄왔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솔루션을 해준다.
셀럽들의 불화와 갈등, 이혼 고민을 담은 예능이 쏟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관찰 예능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제작자들이 새로운 관찰 거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혼율이 높아지는 사회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금기시하던 인식이 바뀐 영향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관점에서의 이혼 예능의 등장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다. 과거 부정적으로만 다가오던 이혼이란 제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다. 이혼 상대와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거나 전문가를 통해 갈등의 해결책을 찾는 포맷 등 이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를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갈등을 ‘전시’하는 것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갈등 해결이 아닌, 전시에 그친다면 다른 사람의 갈등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배출하는 감정이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사회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셀럽들의 불화, 이혼 관련 내용이 잇따라 나옴에 따라 공감을 사기 어려운 콘셉트나 상황들이 주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반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예능 콘텐츠의 경우 가장 중요한 건 ‘공감’이다. 예컨대 ‘다른 부부들도 저렇게 사는구나’ 혹은 ‘나라도 저랬을 것 같다’는 식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만 쫓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셀럽들의 갈등 전시는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
한 예능 작가는 “아무리 ‘예능’이라고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가진 힘을 무시해선 안 된다. 셀럽의 갈등과 이혼 과정을 담아내면서 이를 무조건적으로 포장하거나 전시한다면 ‘흥미’를 유발하며 이목을 끌 순 있지만 결국 공감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은 사실상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문제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편집을 통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