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동연 "많이 반성한다…민주당 바꾸기 위한 씨앗 남겨달라"
입력 2022.05.25 08:14
수정 2022.05.25 08:23
김동연 40.2% vs 김은혜 47.4%
김동연, 모란시장서 기자들 만나
"국민께 실망드린 것은 사실…
민주당 변화에 내가 앞장서겠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자세를 바짝 낮추며, 반성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바꾸는데 앞장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승패를 가를 중도 유권자를 겨냥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김동연 후보는 24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 유세와 시민인사를 마친 직후,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대선을 진 뒤에도 반성이 부족하고 개혁과 변화의 노력이 부족해서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국민들이 실망하고 계시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마저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정치교체·정치개혁의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내게도 많은 아쉬움과 비판이 있으시겠지만 우리 (민주당)가 변하는데 내가 앞장을 서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말씀드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를 이기게끔 해달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린다"며 "경기도를 바꿔서 대한민국을, 그리고 민주당을 바꿔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호소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23일 도내 유권자를 대상으로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율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47.4%, 김동연 민주당 후보 40.2%로 오차범위 밖에서 김은혜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3일 오후 6시부터 9시 50분까지 진행돼, 공표·보도된 조사 중 가장 최신 시점의 조사다. 유·무선 혼합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유선 비율은 20% 혼합했고, 무선전화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시행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선거전 초반 경합 속 우세한 여론조사가 많았던 김동연 후보가 최근 경합 속 열세로 반전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정당 지지율 격차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의 정당 지지율이 계속해서 벌어지면서, 김동연 후보가 저절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김은혜 후보와 악전고투를 벌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함께 설문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경기도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에 50.4%의 지지를 보낸 반면 민주당은 34.4%에 그쳤다. 양당 지지율이 16.0%p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특히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80.4%가 김은혜 후보를, 민주당 지지층의 88.2%가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정당 지지율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양당 지지자는 각자 자당 후보로 결집하고 중도층도 양 극단으로 흩어진다면 김동연 후보가 손을 써볼 수가 없는 구도가 된다.
정당 지지율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
양쪽으로 결집시 손써볼 수 없는 구도
"당원된지 한달…변화 씨앗 남겨달라"
상인 "뭘 당신이 반성을 해?" 위로도
오는 27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가운데 선거전의 관건은 △진영 싸움으로 흐르는 선거전을 인물론으로 극복하려는 김동연 후보의 승부수가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실망한 지점에 대한 책임을 과연 김 후보에게 물으려 할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김동연 후보는 전날 지상파 3사가 동시 생중계한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경기도민을 위한 정치에 여야가 어디 있고 보수·진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통합과 상생의 정치, 싸우지 않는 정치, 정쟁에서 벗어나는 도정을 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진영 싸움'으로 흐르는 선거전의 양상을 바꾸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민주당에 입당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오히려 자신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살려놓아야 민주당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다는 이른바 '식과불식(碩果不食·농부는 배가 고파도 내년에 쓸 종자는 먹지 않는다는 말)'론을 전개하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모란시장 유세에서 "나는 정치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았고, 민주당과 합당해서 당원이 된지 한 달밖에 안된 초짜"라며 "그러한 내가 경기도지사 후보가 된 것은 우리 당원 동지, 도민 여러분들께서 '민주당을 바꿔라' '대한민국 정치판을 개혁하라'는 지상과제를 내려준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 번 우리 민주당이 부족했던 것을 반성하고 나도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 고개 숙여 성찰하겠다"면서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지를 보내주셔서 민주당을 바꾸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려고 하는 의지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직후 장날을 맞이한 모란시장 곳곳을 훑으며 시장 상인 및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김동연 후보는 자세를 바짝 낮추며 '반성'이라는 화두를 연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손을 맞잡는 상인들, 시민들에게마다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그냥 이대로 가지 않는다. 반성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상인과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김동연 후보의 인물에 대한 기대감, 또 민주당의 현 상황의 책임을 김 후보에게 묻는 것은 어색하다는 민심은 바닥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은 김 후보와 손을 맞잡더니 "좀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상인은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김 후보의 말에 웃으며 "뭘 당신이 반성을 해"라고 반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