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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전 협력 환영할 일이지만…韓 독자적 SMR 모델 개발 힘써야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2.05.25 07:00
수정 2022.05.25 00:24

미국과의 협력 과정서 기술 종속 우려 나와

결국 원천기술 보유국이 시장 주도권 쥔다

한국형 i-SMR 개발 흔들리지 않고 추진돼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으로 양국의 소형모듈원전(SMR) 협력이 공식화됐다. 미국이 보유한 원천기술과 한국의 시공능력을 결합할 경우 SMR 위주로 재편되는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돌고 있다.


다만 기술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SMR 협력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 협력에서 기술우위에 있는 미국이 운영권을 가져가고 한국은 건설 기술력만 제공하는 보완적 역할에 그친다면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과의 협력을 기술 분야 위주로 이끌어나가되 우리나라 독자적 SMR 모델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따른다.


실제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협의된 '제3국 SMR 역량강화 프로그램(FIRST)'은 미국 주도로 추진되며 양국의 SMR 핵심기술 공유와 협력보다는 세계시장 공동진출, 기업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정상회담이 새 정부 출범 이후 1개월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이뤄지면서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성명 내용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정상회담에서 연급된 한미 SMR 협력은 양국이 SMR 시장에 공동 진출하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미국의 원전 기업이 개발한 SMR 모델을 우리 기업이 건설·운영하는 형태로 협력할 예정인데 정부가 이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SMR 원천기술과 한국의 시공기술이 협력하는 형태로 양국이 시장 진출에 나서게 되면 한국보다 미국이 얻을 실익이 크다는 게 원자력업계의 분석이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최소화했고 이 과정에서 원자력 산업 기반이 무너졌다. 원전 설계·건설·운영 능력까지 보유한 한국이 최적 파트너인 셈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적극적인 기술적 교류 없이 설계·건설·운영으로만 미국과의 협력에 나설 경우 양국 SMR 협력 주도권과 실익을 미국에 내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상존한다. 윤석열 정부는 초격차 전략기술로 SMR을 지정했지만 아직까지 SMR 원천 기술력은 한국보다 미국이 앞섰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미국 뉴스케일파워는 전 세계 70여 개 SMR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계인증을 취득했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1기당 77메가와트(MW)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원전 강국'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SMR 분야에서는 시장에 내놓을 만한 경쟁력 있는 모델이 없다. 2012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SDA)를 받은 100MW급 스마트(SMART)를 보유하고 있지만 SMR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2030년께 스마트는 혁신성,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원자력계의 평가다.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 블룸버그NEF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은 2030년대부터 SMR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각국이 앞다퉈 개발에 나선 혁신성을 갖춘 SMR 모델이 70종 이상에 이르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대 SMR시장에 내놓을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 중이다. i-SMR은 스마트의 개량형으로 물을 냉각제로 쓰는 3.5세대 경수로 원전이다. 정부가 독자적 모델 기술 개발 투자를 충실히 이행해 적기에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원자력계는 강조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청한 i-SMR 예비타당성조사가 올해 5월 말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i-SMR 개발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의 계획보다 한발 앞서 작년부터 자체적으로 i-SMR 개발에 착수했다. i-SMR이 2028년 설계인증을 받고 세계 SMR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2030년대 수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SMR 협력 과정에서 자칫 미국에 기술 종속 가능성도 우려되는 만큼 자체 역량을 강화해 원천기술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따른다.


한 원자력계 전문가는 "미국과의 SMR 협력에서 관건은 기술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협력에 나서는 것"이라며 "결국 시공기술이 아닌 원천기술 보유국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놓은 후 2030년대 개발된 독자적 i-SMR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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