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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美 인플레이션 임금 상승 영향 제한적”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2.05.22 12:00
수정 2022.05.20 22:01

美 노동비용 1%P 확대 시 CPI 1.33%P↑

임금 상승 주 요인 구인난…자발적 퇴사↑

노동시장 수급 상황 개선 시 임금 상승 둔화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최근 미국의 고(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물가가 임금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22일 한은은 ‘미국의 임금·물가 간 관계 점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물가와 임금 상승 간 관계를 벡터자기회귀 모형(VAR)을 이용해 실증분석을 실시한 결과 최근의 임금상승은 물가가 아닌 구인난과 노조 협상력 약화 등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같은 조사를 실시한 배경은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와 임금 상승률이 1980년대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임금·물가 연쇄상승 현상에 대한 논쟁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임금과 물가 간 연쇄상승은 수요 및 공급 충격에 따른 노동자와 기업의 실질임금 및 마크업 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러한 연쇄상승은 경기침체를 야기시킨다.


앞서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임금·물가 연쇄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고 언급한 반면, 써머스는 생계비 연계를 임금 계약조건에 포함시키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연쇄상승 기미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중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1981년 12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지난달에도 8.3%로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지속했다. 4월 중 임금도 작년 동월 대비 6.0% 올라 처음 통계 작성을 시작했던 198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기점으로 서로 엇갈리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동방 상승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수요가 강한 회복세를 보인 반면, 공급은 제약된 영향이다.


한은 조사 결과 임금상승의 영향으로 기업이 가격을 변경하기 용이해졌고, 서비스업 중심의 임금상승 등이 이뤄지면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기업이 임금인상을 가격에 전가하려는 경향은 증대됐으며 미국의 다수 기업도 견조한 수요증가를 바탕으로 임금과 재료비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떠넘기고 있었다.


ⓒ한국은행

한은은 다만 물가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임금 상승 배경은 물가가 아닌 구인난에 주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돌봄 공백에 의한 조기은퇴, 구인난 속에서 더 나은 직업을 찾기 위한 이직 등으로 대퇴직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기업들이 근로자 확보를 위해 임금을 상승시켰다.


아울러 임금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수준이어서 1970년대 후반의 물가 급등기와는 상이하다고도 덧붙였다. 과거 1970년대 후반 물가 급등기에는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발생한 반면, 최근에는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 정도가 개선됐다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 충격은 단위노동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1%p 확대 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대 1.33% 상승했으며 플러스 반응은 4분기부터 시작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p면 단위노동비용은 최대 0.4%에 불과하며 지속 기간은 4분기에 그쳤다. 단위 노동비용은 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노동비용을 의미한다.


한은은 “올해 미국 임금과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현재까지 임금·물가 간 연쇄상승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며 “향후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경우 임금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노동시장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실질임금 보전을 위한 임금 인상 요구뿐만 아니라 고용 단계에서부터 임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어 임금·물가 간 연쇄상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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