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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이루려면…여야 모두 한 발짝 양보해야 [최현욱의 저격]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입력 2022.05.18 07:00
수정 2022.05.18 05:43

"협치와 거리가 먼 행보만 이어져

민주당 협조·尹 양보 접점 찾아야"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부대끼며 사는 두 사람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서로 필요한 부분은 돕겠다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먼저 두 사람 모두가 본인이 잘못 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상대의 약점을 어느정도는 눈감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랑해서 함께 사는 부부도 시시각각 칼로 물베기를 할 지언정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양보는 필수적인 미덕이다. 저출산 시대와 저결혼 시대에 접어들면서 '양보'와 '인내'는 더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그런데 몇십년을 으르렁거린 두 정당이 최근 협치를 부르짖고 있다. 정권을 못쥔 거대 야당과 정권을 쥐었지만 작은 여당이 국회에서 묘한 공존을 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어느때보다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협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각 구성을 위해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고, 그런 윤석열 정부에 맞서 민주당은 점점 강성지지층의 목소리에 끌려가고 있다.


중립을 기본으로 하는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경선에서도 민주당의 중진들은 표를 위해 강성지지층에 호소하는 '민주당 국회의장'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서 협치가 되는 것도 보기 드문 광경이 됐지만, 대놓고 협치와 거리가 먼 행보들이 이어지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다. 이제는 협치가 말 뿐이라는 걸 전제해버린 느낌이다.


케케묵은 감정의 앙금이 여전하겠지만 이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의 결단이 필요하다.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전향적인 협조도 필요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약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문제가 된 초대 내각 인사 및 정부 고위직 인사들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며 정당화 하기보다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에게 명분을 쥐어주면서 여론의 압박도 짊어지게 해야 협치에 나설 수 있는 판이 마련될 수 있다.


민주당 또한 윤석열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비토하기보다는 정권이 추진하려는 내용을 추진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행보가 필요하다. 의석수가 적은 윤석열 정부로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사용해도 절대 의석의 지원사격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보다 더 많은 권한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으로 모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여권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보수진영이 국민 통합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모처럼 전향적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야권의 반응에 따라 협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질세라 호남에 공을 들이며 경쟁하고,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야기만 언급한다면 끝없는 경쟁구도가 이어질 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기는 난망하지 않을까.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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