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더 이상 안 참는 ‘촬영장 민폐’…방송 스태프들에게 필요한 인식 변화
입력 2022.05.15 10:54
수정 2022.05.15 10:54
드라마 ‘찌질의 역사’ 대문 막기·소방로 불법주차 논란
아직 방송이 되기도 전이지만, 촬영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배우 조병규가 출연하는 ‘찌질의 역사’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등이 촬영장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쳐 비난을 받은 것이다. 일부 스태프들의 안일한 인식이 드라마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라마 ‘찌질의 역사’ 촬영팀이 촬영 현장 주변의 가정집 대문을 차량으로 막는 등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집에서) 나가려고 문 열었는데 뭔가 집 앞을 막고 있다. 폰 보면서 나가다가 머리 박을 뻔했다”며 “드라마 촬영팀이 원래 ‘양해 부탁드립니다’ 표지판만 놓고 멋대로 하냐? 심지어 집 앞이 소방차 통행로라서 주차금지 구역인데 당당하게 주차했네. 나도 집 앞에 주차 안 하는데 화난다”라고 말했다.
이에 ‘찌질의 역사’ 측은 “촬영 도중, 일부 주민들의 거주 공간 및 동선에 불편을 끼친 일이 발생했다”며 “이에 제작진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뵙고 당시의 입장을 말씀드리고 사과를 드렸다”고 설명하며 사과했다.
지난 3월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민폐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마스크걸’ 촬영으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소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촬영팀이 현장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현장에서 흡연을 했다고 폭로했고, 이에 ‘마스크걸’ 제작진 역시 사고의 뜻을 전했다.
앞서 SBS 새 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 팀은 소음과 스태프들의 담배 연기, 거리에 놓여 있는 위험한 물건들과 쓰레기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폭로글이 게재돼 사과를 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SBS 웹드라마 스태프 10여 명이 촬영이 끝난 캠핑장에서 ‘노마스크’로 캠핑을 즐기다가 사과를 했었다.
이 외에도 다수의 드라마 또는 영화들이 촬영을 이유로 그곳 주민들의 불편함을 유발하거나, 교통법규 등을 위반해 지적을 받고 사과하고 있다. SNS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나아가 부정한 일을 폭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스태프들의 안일한 촬영 방식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의 결과, 완성도만이 아닌 그 과정의 윤리적인 문제까지도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KBS1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은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말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에 사과를 하며 방송을 중단해야 했다. 과거에는 통했던 방식일지 모르나, 이제는 ‘결과를 위해’ 또는 ‘관행’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러한 거듭되는 촬영장 민폐 논란에 대해 “과거에는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주변까지 되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방송 촬영의 환경을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촬영 현장에서의 주의 사항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만 외주 스태프들부터 해서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촬영장에서 그들의 행동 하나까지 통제·관리할 수는 없다. 예전보다 분위기가 자유로워진 것도 분명 있다”면서 “개개인의 인식이 중요한 것 같다. 내 행동이 곧 드라마의 이미지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