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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끝없는 BTS와 병역 문제, ‘공정’의 가치를 지키는 길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5.12 14:10
수정 2022.05.13 09:25

황희 장관 "BTS 병역특례법 조속히 통과시켜달라" 호소

정부에 책임 떠넘긴 소속사, 케이팝 팬덤 여론 악화

“내년부터 BTS 멤버 7명이 차례로 줄줄이 입대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MBC ‘PD수첩’은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를 둔 뜨거운 찬반 의견을 조명했다. 1992년생, 올해 30살인 맏형 진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달 안에 이른바 ‘BTS 병역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MBC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핫 100에서 6곡이나 1위에 올려놨고,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케이팝 역사상 신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3회의 서울 콘서트 당시 약 1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생산 유발 효과는 약 1조2324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4801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이들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가장 기여한 예체능인 설문조사에서도 5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세운 업적엔 이견이 없다. 약 4년 전 방탄소년단 등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병역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아이돌 팬덤 내의 여론은 우호적이었다. 순수예술인과 체육인들에게만 특혜가 가는 것은 불공정하지 않냐는 분위기였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도 ‘PD수첩’에 출연해 “6월 이전에 법안 통과가 되지 않으면 병역 혜택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월드스타들은 미국, 영국에서도 매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병역의무가) 아쉬운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의 병역혜택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까지 나서서 이들의 병역혜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날 대중문화예술인은 국위 선양 업적이 너무나 뚜렷함에도 병역 의무 이행으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분명한 국가적 손실”이라며 대중문화예술인도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BTS 병역특례법’에 대해) 국회가 조속한 합의를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장관까지 나섰지만 방탄소년단에 대한 병역특례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우호적이던 케이팝 팬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이런 여론 변화는 소속사인 하이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달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가 직접 나서 방탄소년단을 위한 입법을 재촉하는 듯한 액션을 취하면서다.


당시 이진형 하이브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는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안이 계속 바뀌니 멤버들이 추후 계획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국회에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조속히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며 “BTS가 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간담회에서 멤버 진도 “회사에 최대한 일임하는 쪽으로 이야기 했다. 회사에서 한 이야기가 곧 저희의 이야기”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앞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나서서 “군입대는 한국인의 당연한 의무다. 언젠가 올 국가의 부름에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2019년 4월 美 ‘선데이모닝’ 中)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2020년 2월 유튜브 생중계 中)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정말 당연한 문제다. 멤버들과도 자주 이야기하는데 병역에는 모두 응할 예정”(2020년 11월 DDP 기자간담회 中) 등의 발언을 했던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병역 연기라는 한 차례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1992년생인 멤버 진은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은 덕에 입영이 올해 말까지로 연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부추기기, 하이브의 책임회피성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네티즌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방탄소년단이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공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중음악업계의 숙원이기도 한 공정한 병역특례 기준 마련을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논의된다는 것 자체는 반길 일이지만 초점이 한 그룹에만 맞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장르간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기에 방탄소년단이라는 한 그룹에만 초점이 맞춰진 소모적 논쟁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라리 방탄소년단이 병역특례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군 복무를 마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 시대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전근대적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병역특례법’이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국가나 정부의 결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가 “가겠다”고 말했던 행보를 고수한다면 해당 제도의 폐지론에 힘이 실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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