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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터지자 검사들, 카톡 대화 삭제·PC 하드디스크 교체”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입력 2022.05.07 13:26
수정 2022.05.07 21:05

‘고발 사주 의혹’ 연루자, 스마트폰에 삭제 정보 복구 방해앱 설치하기도

김웅, 휴대폰 교체 및 차량 블랙박스 자료 삭제

혐의 관련 증거 인멸해도 ‘증거인멸죄’ 불성립…법조계, 공수처 ‘완패’ 평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압수수색 가능성이 있는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개인용컴퓨터(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검찰청 모습. ⓒ데일리안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압수수색 가능성이 있는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개인용컴퓨터(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문제의 고발장을 검사들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끝내 기소로 이어질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6일 이 사건을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공수처로부터 받은 불기소 이유서에는 이런 수사 과정이 포함돼 있다.


공수처에 따르면 대검 수정관실에서 일했던 검사들은 지난해 9월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증거 인멸’로 의심을 살 수 있는 일을 연이어 했다.


수정관실 소속 임모 검사는 보도 당일 이미 열흘 전 교체했던 PC의 하드디스크를 재차 교체했다. 같은 달 7일엔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모두 지웠다.


그는 9월 17일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기 전에 또다른 연루자인 성모 검사와의 통화 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다. 나흘 뒤에는 삭제 정보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까지 스마트폰에 설치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9월 28일 성 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했지만,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 포렌식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10월 초에는 휴대전화가 초기화됐다. 또한 11월 15일 대검 수정관실 PC를 압수수색했지만, 저장장치가 모두 포맷·초기화 등 기록 삭제 작업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으로 유일하게 공수처로부터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도 9월 13일 텔레그램을 원격으로 탈퇴했다. 그는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휴대 전화 잠금 해제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영장 기각 뒤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공수처는 말했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대동소이하다. 공수처는 9월 10일 첫 압수수색을 통해 그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이미 교체된 상태였고 비밀번호도 받지 못했다. 차량 블랙박스도 수색했지만, 이동 과정에서 자료가 모두 삭제됐다.


형법상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다면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뒤늦게 수사에 뛰어들면서 완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검사는 공수처에 담긴 증거 인멸 정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이 없고 비밀번호도 모두 제공했으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 9개월 전부터 안티포렌식앱들을 사용했는데 추가 설치만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성 검사와 임 검사가 손 보호관의 지시로 판결문을 검색한 뒤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의심했지만, 이 같은 사유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끝내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가령 손 보호관은 2020년 4월 3일 오전 10시 26분부터 28분까지 텔레그램으로 김 의원에게 실명 판결문 3건을 최초 전송했는데, 성 검사와 임 검사는 같은 날 오전 9시 14분~10시 16분까지 내부 시스템에 이 판결문들을 검색·조회했다.


성 검사는 같은 날 오전 10시 19분께 검찰 메신저로 손 보호관과 대화했지만, 공수처는 보관기간이 지나 어떤 내용인지 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2차 고발장이 손 보호관에서 김 의원으로 전달된 시점은 4월 8일 오후 4시 2분인데, 이 고발장에는 같은 날 오전 11시12분~13분에 임 검사가 검색했던 세 건의 판결문 중 두 건의 사건번호와 판시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을 공수처는 확인했다.


공수처는 이 같은 검색 기록이 성 검사와 임 검사가 고발장 작성 과정에 관여했을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봤지만, 또 다른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결국 불기소를 결정했다.


손 보호관의 판결문 검색 지시는 인정되지만, 이 업무는 수정관실 고유의 업무에 해당할 수 있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수처는 이 같은 점을 종합하며 손 보호관과 공범이라는 점을 전제로 고발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다른 입건자들이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불기소 이유서에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당시 2차 고발장 내용과 유사한 열린우리당 최강욱 의원(현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수사팀의 두 차례 ‘혐의없음’ 의견을 보고받고도 기소를 지시해 관철한 정황도 나온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고발했던 취지는 ‘최 의원이 자신이 운영하던 법무법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실제로 인턴을 했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사실 유포’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2회에 걸쳐 대검찰청에 ‘혐의없음’ 의견으로 보고했으나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으로부터 ‘총장님은 기소의견이고 사건 재검토 지시’라는 연락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부터 ‘총장님은 기소 지시’라는 연락을 각 받고,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로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0년 10월 15일 기소함”이라고 기재했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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