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닮은꼴 이재명? [송오미의 여의도잼]
입력 2022.05.06 06:59
수정 2022.05.06 07:25
1997년 12월 18일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게 1.53%p(39만557표) 차로 패배했다. 당 명예총재로 정치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그는 이듬해 전국동시지방선거(1998년 6월 4일)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정부·여당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당권 도전 몸 풀기에 들어갔다.
이 명예총재는 1998년 8월 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총재로 선출되면서 대선 패배 후 8개월여 만에 완벽하게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낙선 후 정계를 떠나거나 한동안 칩거하는 행보를 보였던 다른 후보들과 달리 굉장히 짧은 정치적 공백기를 가진 뒤 부활한 것이다.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해 빠른 당내 세력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터다. 이후 이 총재는 "현 정부의 국정혼선을 강력히 비판하고 당과 의회민주주의를 살리겠다"며 1999년 6월 3일 서울 송파갑 재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0년 5월 31일에는 당 총재로 재선출되면서 '대권 재수'를 위한 발판 마련에 성공했지만, 이후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분패하며 '대권 재수'에는 실패했다.
2022년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0.73%p(24만 7077표) 차로 패배했다. 8회 지방선거(2022년 6월 1일)를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복귀설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당 안팎에선 이 고문이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고문의 보선 출마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쪽의 입장은 지선을 앞둔 민주당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 대선에서 1614만 표를 얻은 이 고문이 나서서 선거를 이끌며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인천 계양을이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은혜 전 의원의 지역구 성남 분당갑도 완전히 죽은 카드는 아니지만, 민주당에 '험지 중 험지'로 꼽히는 만큼 이 고문이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고문의 보선 출마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성공적인 '대권 재수'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는 '당 장악'을 위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지배적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는 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이재명의 당'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고문은 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6일 입장문을 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 안팎에선 이 고문의 보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대선 패배에 대한 충분한 반성 없는 '대장동 수사 방탄용 출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조기 컴백'이 예상되는 이 고문의 입장문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