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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10대 임신’ 다루는 드라마·예능…‘가벼운’ 접근 향한 우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5.05 13:08 수정 2022.05.05 13:08

‘우리들의 블루스’ 청소년 임신 미화 지적

청소년 임신을 소재로 삼는 드라마, 예능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편견을 깨는 것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고등학생 커플 방영주(노윤서 분)과 정현(배현성 분)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지루한 제주도를 떠나는 것이 목표인 방영주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정현 또한 높은 성적을 유지하며 아버지의 자랑이 되고 있다. 착한 모범생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방영주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부모와 갈등 중이다.


ⓒtvN

노희경 작가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 중인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주와 현, 그리고 두 사람의 아버지 호식(최영준 분)과 인권(박지환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전개의 한 축을 담당 중이다.


초반 1~3회에서 골프 유학을 떠난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고군분투하는 한수(차승원 분)과 첫사랑 한수와의 재회에 설렘을 느끼는 은희(이정은 분)의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냈던 노 작가는 영주, 현의 에피소드 역시도 현실적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임신 중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찾아간 금은방에서 주인은 영주의 곤란한 상황을 악용해 물건 가격을 멋대로 깎았으며, 산부인과 의사는 “그러게 피임을 잘했어야지”라며 면박을 주는 등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어른들에게 임신을 털어놓지 못한 그들이 온라인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접하기도 하면서,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들이 훨씬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현실을 담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영주, 현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게 흘러간다. 비가 쏟아지자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는 영주와 그런 영주에게 손으로 비를 가려주는 현이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장면을 청량한 음악과 함께 담아내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속이 타는 아버지와 달리, 학교 선생님을 비롯해 제주 푸릉마을의 어른들은 두 사람의 선택을 응원하기도 하면서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영주와 현이 알콩달콩 사랑을 키우는 모습을 강조하면서 ‘10대 임신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옴니버스 드라마 안에서 짧은 에피소드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기엔 미처 담아내지 못한 수많은 현실이 존재했던 것이다.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 엄마, 아빠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역시도 방송 전부터 10대 임신을 예능의 틀 안에서 다루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제작진은 “10대 성문화 실태와 사회적 문제점들을 짚어주며 부모, 자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겠다”며 깊이 있는 전개를 예고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출연자들의 자극적인 사연이 화제를 모으면서, 10대 부모들이 자극적 소재로 활용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이택개가 아내인 박서현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했음을 폭로하면서, 수원가정법원 안산지청으로부터 아내의 접근금지 결정을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졌었다. 이후 제작진은 두 사람을 다시 프로그램에 출연시켰고, 이 과정에서 다시금 화제 몰이를 하면서 이들의 자극적 사연이 부각됐었다.


10대 임신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짚고, 또 이들을 향한 편견의 시선을 걷어내려는 노력보다는 자극적 사연 전하기에 방점이 찍히면서 이들을 ‘소재’로만 다루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2020년 통계청 기준 한해 출산하는 10대의 숫자는 918명이다. 질병관리본부 등의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 비율은 지난 2009년 5.1%에서 2019년 5.9%로 증가하는 등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이야기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10대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성에 대한 대화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청소년 임신을 드라마, 예능의 한 소재로만 다루면서 깊이감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10대 임신을 향한 가벼운 접근이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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