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위협…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 급부상
입력 2022.05.05 06:00
수정 2022.05.04 16:38
한 달만에 약 50원 급등, 변동성 확대
“달러 독주 지속되는데 유입 요인 줄어”
尹 정부, 21일 한미정상회담 의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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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1260원대 안팎을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고환율에 수입 물가까지 치솟으며 ‘한미 통화스와프’ 카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종가기준 2거래일 연속 1260원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1210원대였으나 한 달 만에 50원 가량 급등하며, 지난달 28일 2년만에 1270원을 뚫었다.
가파른 환율 상승세에 정부가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강달러 흐름이 글로벌 추세인만큼 쉬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절하는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당분간 달러 독주를 막을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발 유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도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시장은 금융위기가 아님에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환율 상단을 1300원도 열어놔야 한다는 분위기다.
환율 위기 때 대응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부족하지는 않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493억 달러로 두 달 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폭도 85억1000만 달러로 전월(39억6000만 달러)보다 더 확대됐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달러 강세와 외환 당국이 고환율에 직접 달러를 매도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실효셩 있는 대책을 열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오는 계약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3월 미국 중앙은행과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12월 종료됐다.
실제 한국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로 환율 위기를 넘긴 적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3월 금융시장 충격으로 원달러 환율은 129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한은은 미국과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맺었다.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40원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도 소폭 상승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은 진정국면에 돌입했다.
이후 한미 통화스와프는 세 차례 연장됐으나, 지난해 12월31일 더는 재연장을 하지 못하고 계약이 종료됐다. 한은 측은 “최근 금융·외환시장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종료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으나 재계약 필요성은 지속 제기돼왔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의 달러 강세에 따른 원가 절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외환보유고를 통해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 달러를 매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가 유입될 수 있는 요인이 점점 줄어드는것이 문제”라며 “국내 무역수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증시도 좋지 않아 외국 자본 유출도 가속화되고, 재정수지도 적자”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8월 전에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당부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환율 상승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필요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안전판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 정부도 역시 이같은 위기감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한미통화스와프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의제로 올릴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기조에 따라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스와프 체결 협의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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