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오르자 재부상한 위생 공포증…“작년 김밥 사태 되풀이 될라”
입력 2022.05.06 06:37
수정 2022.05.04 15:31
연평균 식중독 환자 6000여명 발생, 일교차 큰 봄철 많이 발생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피해 막심
자체 위생 관리 프로그램 개발부터 정부와 협업까지 총력 태세
최근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먹는 음식이다 보니 기온이 오를수록 위생 관리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작년 김밥 등 연이은 식중독 사태로 업계 전반이 침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만큼 올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연평균 국내 식중독 발생 건수는 271건, 환자는 6037.7명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경기 성남의 한 프랜차이즈 김밥 매장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하면서 7월 한달 동안에만 13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이어 다른 김밥 브랜드에서도 식중독 사태가 발생하면서 식약처가 분식점 3000여곳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연이은 식품위생사고로 김밥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식중독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외식업체들도 줄줄이 피해를 봐야 했다.
특히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경우 식품사고 발생 시 가맹본부는 물론 수천여개에 달하는 가맹점과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경쟁 브랜드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어 전체적인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식중독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기업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외식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작년 김밥집 사태만 해도 손해배상액이 수억원에 달했고, 일부 업체들은 사고 발생 후 사업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작년 식중독 사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밥 불매운동이 나타나기도 했었다”며 “메뉴 중에 김밥이 있다는 이유로 가맹점 매출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한 동안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는 일교차가 심해 식중독 발생률이 높은 봄철부터 집중적인 위생관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봄철은 한 여름에 비해 평균 기온은 낮지만 일교차가 큰 데다 음식물 취급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져 식중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소풍이나 나들이에 가져간 음식물을 장시간 야외에 방치하다 식중독에 걸리는 사례도 많다.
가맹점 교육부터 자체 프로그램 도입 등 위생관리 강화 총력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가맹점에 대한 위생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적인 위생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맘스터치는 올해부터 원재료 생산부터 메뉴 판매까지 전 단계의 품질 위생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품질위생관리(M-QMS)’ 프로세스를 구축, 고도화에 나선다.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비정기 품질 위생 실사를 강화해 자체 위생 등급을 매기고, 위생 등급별 차등관리제를 신설해 제품의 품질 및 안전성을 상시 감독한다.
매장의 위생 검증 체계도 4단계로 확대 운영 중이다. 소비자 클레임 대응 부분도 원인 조사부터 재발방지, 개선 조치까지 보다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재정립했다.
이디야커피는 전국 매장의 위생 관리 강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 전국 2362개 매장이 음식점 위생등급을 취득하며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다 위생등급 인증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7년 5월 도입한 제도로 전국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영업의 위생 관리 수준을 평가해 우수 업소에 한해 ‘매우 우수’, ‘우수’, ‘좋음’ 3단계의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통해 전국 75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위생 및 품질 관리를 강화한다. 미스터리 쇼퍼는 ‘미스터리(Mystery)’와 ‘쇼퍼(Shopper)’의 합성어로 손님을 가장해 품질 및 서비스 등을 평가한다.
한솥은 올해 상‧하반기에 각각 1회씩 약 12주에 걸쳐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미스터리 쇼퍼를 운영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본부와 수 천여 개의 가맹점이 연계돼 있어 위생사고 발생시 브랜드 이미지 훼손, 가맹점 매출 감소, 고객 피해 확산 등 일반 음식점보다 여파가 크다”면서 “가맹업계의 안정적 경영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본사의 위생관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가맹업계 맞춤교육을 꾸준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배달음식 비중이 높아지면서 배민, 요기요 등 배달앱 업체들도 위생관리 강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은 식약처와 함께 단순히 음식점 식품안전정보를 공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배달전문음식점에 대한 위생등급제 적용을 활성화하고, 배달앱 입점업소를 대상으로 한 위생관리법 안내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