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홍남기 "아쉬운 점은 역시 부동산…시간 더 있었다면 좋았을 건데"
입력 2022.04.24 14:58
수정 2022.04.24 22:20
3년 반 재임…워싱턴서 기자단에 '최장수 부총리' 소회
코로나 위기 극복, 경제 회복한 게 가장 기억 남아"
대주주 기준 강화·전국민지원금 지급 논란 겪어
임기 중 예산만 11번 편성…"기록 깨지기 어려울 것"
'최장수 경제사령탑' 기록을 세우게 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년 반에 걸친 임기를 돌아보며 아쉬운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홍 부총리는 다음달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사령탑에서 물러난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개최 기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동행 기자단을 만나 "임기 중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부동산시장 대책"이라며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상당폭 하향 안정세를 시키고 나갔으면 좋았을 건데 다음 정부로 넘겨주게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또 "부총리가 됐는데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 11년째 입법이 안 된 게 가장 서운한 것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실무를 책임졌으나, 이 법은 2011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후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홍 부총리는 "2012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때 서발법을 처음 발의해 꼭 있어야 한다고 거품 물고 얘기했는데 부총리가 되고도 의료민영화 때문에 안 됐다"며 "의료민영화가 되려면 의료법, 약사법, 의료관계법을 고쳐야 하고 지난해 법조항에 '의료산업은 제외한다'고 정의하라고 했는데도 대화가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적자국채가 늘어나는데도 재정지출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재정 정상화 과정에 꼭 필요한데 법제화가 안 됐다"며 아쉬워했다.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재정준칙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반면 보람찬 일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꼽았다. 홍 부총리는 "임기 3년 반 중에 2년 반이 코로나 시기니까, 코로나 A부터 Z까지 (대응)했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이 밖에 홍 부총리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에 우리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책으로 맞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소부장 특별회계는 예산실에서 다 반대했지만 내가 고집을 피워 만들었다"며 소부장 핵심품목의 대일의존도를 2019년 1~5월 31.4%에서 지난해 1~5월 24.9%까지 낮추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임기 중 난관도 많았다. 2020년 11월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강화에 따른 논란이 일면서 홍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건을 넘겼다. 결국 대주주 기준이 유지되자 홍 부총리는 사표를 던졌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2021년 2월에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민지원금 지급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번번이 정치권의 요구에 밀리면서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어 "저는 주로 부동산 대책을 (이번 정부) 후반부부터 맡았지만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거에 대해서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든가 해서 상당 폭으로 하향 안정세를 시키고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이제 다음 정부로 넘겨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재임 기간 중 총 11차례 예산을 편성한 부총리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그는 "앞으로 50년이 지나도 한 부총리가 (예산 편성을) 열 번 넘게 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며 "추경을 7번 한 것도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정부에 대한 정책적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우리 부동산시장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투기 수요가 극심해 교란행위와 불법, 부당행위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다음 정부에 부탁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과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