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인산인해, 불야성의 서울 거리들…주말 집회도 잇따라
입력 2022.04.24 04:33
수정 2022.04.23 20:08
22일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번째 금요일, 술집들 만원…빈 테이블 없고 대기줄 길어
자영업자 "새벽 2시까지 영업하고 뒷정리 하면 새벽5시, 그래도 좋다…매출 10~20% 증가"
코로나 발생 이후 감소했던 음주 관련 신고 급증, 바빠지는 경찰들…2019년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
23일 '인원 제한' 풀린 첫 주말…차별금지법 촉구 등 서울 도심 집회 이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뒤 첫 금요일인 지난 22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 시내 번화가 곳곳은 이른바 '불금'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에 더해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만난 사람들까지 북적대며 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방역 조치로 감소했던 음주 관련 신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찰은 더욱 바빠졌다.
오후 7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 골목길은 행인들끼리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붐볐다. 가게 앞에 마련된 메뉴판을 살펴보느라 멈춰 있는 사람들과 지나가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무척 혼잡했다. 가게 입구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라며 놀라워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초입의 한 대형 고깃집 앞에는 10명 넘는 손님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가게 안은 4∼5명씩 모여 앉은 손님들로 만석이었고, 떠들고 술을 마시며 고기를 굽느라 여념이 없었다.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각에도 사람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오후 11시 30분쯤 마포구 공덕동 먹자골목에 있는 한 술집은 빈 테이블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방향으로 늘어선 술집들은 손님으로 만원을 이뤘고 클럽에는 대기 줄이 40명 넘게 늘어섰다. 거리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길바닥엔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식당과 호프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늘어난 손님에 반색했다. 술집 사장 이모(54) 씨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뒷정리까지 끝내면 새벽 5시인데 그래도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삼겹살집 점장 정모(59) 씨도 "이제 코로나 이전처럼 새벽 3시까지 문을 열어서 손님이 더 많이 올 것 같다"며 "지난주와 비교해 이번 주 매출이 10∼20%는 올랐다"고 전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해서 코로나 이전과 똑같을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끼는 시민들이 많았다. 을지로 맥줏집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이모(35) 씨는 "집에 돌아갈 시각은 정해두지 않았다. 들어가는 대로 마실 것"이라면서도 "코로나가 워낙 장기화됐고, 그간 영업시간 제한이 조금씩 완화됐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고 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줄었던 음주 관련 범죄가 거리두기 해제로 고개를 들자 일선 경찰도 바빠졌다.
23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이후 112 신고는 연평균 1.5% 감소했다. 건수로는 1년에 1만5236건이 감소해 하루에 41건이 줄어든 셈이다. 특히 음주 관련 신고가 대폭 꺾였다. 2019년과 2020∼2021년을 비교하면 중요범죄와 음주운전을 제외한 음주 관련 신고는 13.3%나 줄었다.
사례별로 보호조치 4522건(-41.2%), 행패·소란 5948건(-23.2%), 무전취식·승차 995건(-17.4%)이 감소했다. 주취자를 가정 등에 인계하는 보호조치는 40% 이상 감소해 만취까지 음주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오후 10시에서 자정, 자정에서 제한 해제에 이르는 동안 음주 관련 신고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경남경찰청은 음주 관련 신고가 적어도 2019년 수준만큼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잠잠하던 지구대·파출소 무전기는 새벽까지 바삐 작동하고 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취자 인계, 싸움, 택시 무임승차 등 음주 관련 신고가 대다수다. 술집, 화장실 등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추행 신고도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첫 주말을 맞은 23일 서울 도심에서 여러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인원을 299명으로 제한하던 서울시 고시가 해제되면서 경찰의 해산 명령이 내려지거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은 없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이날 오후 3시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법 4월 쟁취 집중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4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성별과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달 안에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이 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듭 처리가 무산돼 시민사회에서 꾸준히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