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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㉙] 강진 “허참 유언… ‘아내는 지금’ 부를 때마다 생각나”(빅3콘서트)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2.04.10 13:53
수정 2022.04.11 07:21

강진·김용임·진성 빅3 콘서트 ‘행복한 만남’ 재개

마지막 만남. ‘더 베스트 가요쇼, 베스트 차트 50’의 사회자와 1위 가수로 만난 허참과 강진(오른쪽부터) ⓒ이하 가수 강진 본인 제공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빅3 행복한 만남’ 콘서트가 열렸다. 강진-김용임-진성 트로트 빅3 가수들이 전국을 돌며 펼치는 투어콘서트는 경기도 부천과 남양주, 경북 안동, 대구와 부산으로 이어지며 지난 2020년 9월까지 계속된 바 있다. 코로나19의 기승으로 중단됐던 공연이 꽃 피는 봄과 함께 2022년 4월, 시즌2가 재개된 것이다.


콘서트는 가수 강진이 화려만 막을 올렸다. ‘미스트롯2’ 진에 빛나는 양지은이 불러 더욱 화제가 된 명곡 ‘붓’으로 격조 있게 시작한 공연은 강진과 영탁 두 가수를 서로 빛내준 ‘막걸리 한잔’, ‘삼각관계’ ‘달이 밝은데’로 이어졌다. 새로이 편곡돼 같은 노래인가 귀를 의심케 하는 가수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와 ‘고향으로 가는 배’ 사이 오늘 얘기할 노래가 불렸고, 나훈아의 노래를 인기곡으로 반전시킨 ‘땡벌’을 비롯한 메들리로 강진의 무대는 마감됐다.


빅3 강진-김용임-진성 행복한 만남 콘서트 포스터 ⓒ

한결 늘씬해진 모습으로 ‘목계나루’ ‘밧줄로 꽁꽁’ 등을 열창하고 선배 하춘화와 양희은에 동료 현숙까지 모창으로 소환해 큰 웃음을 준 가수 김용임, 주머니를 뒤져보니 동전 몇 푼뿐 자장면 한 그릇 사 먹을 돈도 없었던 자신의 인생을 직접 가사로 담은 ‘동전 인생’과 히트곡 ‘안동역에서’ 등을 특유의 하이톤으로 구성지게 부른 진성은 공연 마지막 하춘화의 ‘청춘의 꿈’을 듀엣으로 부르며 팬들을 경쾌하게 배웅했다.


음식물 섭취와 스탠딩 댄스는 방역 수칙에 따라 금지됐으나 오랜만에 자리 띄기 없이 앉아 함성과 떼창 속에 코로나19의 갑갑함을 훨훨 날린 두 시간여였다. 다 함께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했고, 흥에 겨워 잠시 금지사항을 잊고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드는 관람자가 있으면 어김없이 행사 요원이 달려와 자제를 부탁했다.


그 즐거운 시간 속에서 유독 귀를 잡아끈 노래, 한 번만 들어도 술술 외워지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마다 재미있는 사연을 준비해 온 가수 강진의 설명이 인상을 깊게 한 측면도 크다.


가창력과 음악성은 기본, 입담도 좋은 가수 강진 ⓒ

바로 명사회자이자 가수였던 허참의 유작이 된 노래 ‘아내는 지금’이다. 강진은 “신곡은 가사를 외우고 연습해서 노래하는데, 외울 필요 없이 저절로 입에 붙었다. 멜로디는 허참 선배께서 노래할 때 익었던 터라 그냥 내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른다”고 소개했다.


청중이 웃었다. 여러 방송을 통해 공개된 강진-김효선 부부의 모습은 남편이 집 안 청소에 정리 정돈을 하며 아내를 기다리고, 아내는 바깥일이 많고 만날 사람이 많은 일상이었다. ‘외출하는 아내 눈치 보느라 어디 가는지는 묻지도 못하고, 저녁은 알아서 먹으라고 나간 아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하는’ 가사가 강진의 속내로 읽히기도 하고, 또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황혼 부부의 모습이기에 큰 공감과 함께 터지는 웃음이다.


강진은 노래 후 사연을 덧붙였다. 생전에 뵌 허참 선배가 “이 노래 너가 하면 더 잘할 텐데, 너한테 잘 어울릴 거야” 하신 적이 있는데 “어휴 무슨 말씀이냐, 선배가 지금 노래 너무 잘하시는데 선배가 하셔야 한다”고 말했단다. 그러고 얼마 안 돼 선배가 운명하셨고, 선배님 돌아가시고 2~3주 뒤쯤 노래 ‘아내는 지금’을 제작한 분이 전화가 와서는 이제는 고인이 된 허참 선배의 유언, ‘이 노래는 강진이가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했다. 부담됐지만 선배의 유작을 부른다는 게 뜻깊어서 며칠 고민하다가 제가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관객들께는 “우리 남편들 좀 잘 부탁드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남성 관객들께는 “아내 없을 때는 우리가 밥해 먹자, 저는 이미 하고 있어서 혼자만 그러긴 억울하니 다 같이 알아서 밥 챙겨 먹자. 그래야 아내분들 늦게까지 편히 놀다 오시지 않겠느냐”고 말해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정보예능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과거 허참의 노래 영상을 지켜보고 있는 강진 ⓒ이하 방송화면 갈무리

자세한 사연이 궁금했다. 강진은 10일 데일리안에 선배 허참과의 인연, 노래 ‘아내는 지금’과의 운명 같은 만남에 관해 얘기했다.


“트로트가요 순위 프로그램 ‘더 베스트 가요쇼, 베스트 차트 50’의 MC를 허참 선배께서 오래 하셨어요. 제 노래가 순위에 오르면 출연해서 선배님을 뵙곤 했지요. 지난해 말(2021년 12월 22일)에도 노래 ‘마부’가 1위를 해서 뵈었어요. 그때 선배가 ‘진아, 내 노래 네가 부르면 더 잘 부를 텐데,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말씀하시기에 어제 공연 때 말씀드린 것처럼 무슨 말씀이냐, 선배가 하셔야 한다 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다시 뵙기 전에 2월 9일에 운명하셨네요. 살이 많이 빠지시고 안색이 좋지 않아 걱정은 했지만, 나이 드니 살찌는 것보다는 날씬한 게 좋은 것 같다는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황망하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이 마지막이 됐어요.”


노래 ‘아내는 지금’ 제작자 박웅의 전화에 대해서도 물었다. “돌아가시고 2~3주 지나서 제작자분이 전화하셨어요”라며 박웅의 얘기를 전했다.


“강진아, 사실 허참 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내가 노래 발표하고 노래가 너무 좋고 애착이 가고 좋은데 이대로 묻히면 너무 안타깝다. 근데 내가 오래 못 살 것 같다. 이 노래(‘아내는 지금’)는 강진이가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전에 얘기했어.”(박웅)


“제작자에게도 (병세에 대해) 처음으로 말씀하신 거라고 해요. 선배님 노래를 리메이크한다는 게 부담이 돼서 ‘며칠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선배님의 못다 이룬 노래에 대한 열정을 제가 받아, 제가 불러서 노래가 사랑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제가 하겠습니다’고 말씀드렸죠.”


같은 노래 '아내는 지금'을 현실과 추억 속에서 함께 부르는 절묘한 장면, 허참과 강진(왼쪽부터) ⓒ

고 허참의 유언을 받들어, 허참이 부른 노래의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리메이크한 노래를 부르는 심정은 어떨까.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니까 저도 너무 좋아요. 부르길 잘했구나, 선배님 말씀이 맞았구나! 부르면서 선배님이 생각납니다, 매번 머릿속에 떠올라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술을 좋아하지 않아 꺼렸던 ‘막걸리 한잔’, 노래를 들은 아내 김효선이 “노래 너무 좋은데, 술에 관한 노래로만 생각지 말고 아버지와 아들, 인생에 관한 노래라고 생각하면 되지”라고 말해 불렀고 큰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딱 당신 노래네, 노래 쉽고 너무 좋다”며 힘을 보탠 아내의 응원에 부르게 된 ‘아내는 지금’ 역시 인기곡 등극을 예감한다.


직접 노래와 사연을 듣고 싶다면 오는 4월 30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는 ‘2022 강진·김용임·진성 빅3 행복한 만남 콘서트’가 기회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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