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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방송’이 원수? 아이돌 입방정에 소속사는 안절부절 [박정선의 엔터리셋]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4.10 07:30
수정 2022.04.10 09:28

시한폭탄 같은 '라이브 방송'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

“SNS는 사전에 점검이라도 가능하죠. 라이브 방송은 진짜 시한폭탄이에요.”


한 기획사 관계자의 말이다. 아이돌 사이에서 라이브 방송은 필수고, 소속사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님에도 라이브 방송을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하는 덴 그만한 사정이 있다. 최근 아이돌들 사이에서 불거진 논란들 중 대부분이 라이브 방송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래소년 유도현(왼쪽), 베리베리 민찬ⓒ 소속사 제공

지난 4일, 미래소년 멤버 유도현은 멤버들과 함께 한 브이라이브 방송에서 걸그룹 빌리의 ‘긴가민가요’ 안무를 따라하던 중 엽기적인 표정을 지으며 과장되게 표현해 걸그룹 희화화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곧장 공식 SNS에 “경솔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더 주의하고 신중하게 모든 일에 임하겠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 제게 해주신 비판 달게 받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유도현에 앞서 이에 앞서 올해 초 그룹 베리베리 멤버 민찬도 여자 아이돌 선배의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민찬 역시 멤버들과 함께 한 브이라이브 방송에서 팬들과 소통하던 중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실제로 있는 그룹의 멤버”라며 “(실제로 본 이후) 환상이 깨졌다. 연예인은 다 예쁘고 잘생긴 줄 알았는데 되게 친근했다. 그렇게 특출난 외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동료 멤버들이 제지했지만 민찬은 끝까지 “개인적인 감상”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라이브 방송에서 경솔한 발언과 행동을 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논란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라이브방송의 특성상 편집이 불가능하고, 출연하는 아이돌들 역시 다른 매체와 달리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에 자칫 말실수나, 행동의 실수 또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더구나 팬들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스타의 잘못을 무조건 눈감아주는 시대도 아니다. 팬들끼리 공유되는 방송일지라도 자신의 연예인이 잘못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이를 SNS를 통해 퍼 나르고 질책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신념에 맞는 소비, 즉 가치소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그럼에도 아이돌과 소속사가 라이브 방송을 놓을 수 없는 건, 소통에 필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공식 라이브방송 채널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팬들을 만나거나, 개인 SNS를 통한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더구나 신인그룹의 경우 방송 노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라이브방송 채널을 통해 팬덤을 구축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소속사 입장에선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기획사에서도 사전에 방송 내용을 검수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워낙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방송에서의 세세한 실수에 모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아이돌 시장이 국내를 넘어 해외 팬덤까지 아울러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라이브 방송을 필수적이다. 물론 즉흥성이라는 부분에서 단점이 분명하지만 사실상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인 소통의 창구”라며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조심한다고 해서 벌어질 일이 벌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논란을 일으킨 아이돌들 역시 조심하지 않아서 물의를 빚었던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돌 멤버들을 상대로 인성 교육이 선행 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오면서 경쟁 사회에 노출된 아이돌들의 세계는 연예계라는 작은 사회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멤버들 개개인이 스스로를 수양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기획사 차원에서의 지원과 교육 시스템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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