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CCTV 공개…남녀 경찰 우왕좌왕
입력 2022.04.05 21:07
수정 2022.04.05 16:07
지난해 벌어진 이른바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처음 공개됐다. 영상에는 남녀 경찰관이 사건이 벌어진 뒤 우왕좌왕하며 현장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5일 피해자 가족 측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 달 동안 국가배상 소송 절차를 거치고 재판부 허가를 받아 CCTV 영상과 일부 주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4분께 이 빌라 3층에서 A(49)씨가 40대 여성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장면을 목격하고도 여성 경찰관인 B 전 순경은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빌라 밖에 있던 남성 경찰관 C 전 경위는 비명을 듣고 함께 있던 피해자 남편과 빌라 내부로 다급하게 진입했다.
당시 계단을 내려오던 B 전 순경과 마주친 C 전 경위는, 초동 조치를 하지 않고 B 전 순경과 함께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반면 남편은 그대로 뛰어 올라갔다.
외부 CCTV 영상에는 빌라 현관문이 자동으로 닫혀 경찰관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관들이 다시 빌라 내부로 진입한 시간은 현장을 벗어난 지 3분여가 지난 5시7분께다. 이들은 이후 5시11분께 빌라 3층에서 A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피해자 측은 "(남편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나타나 연행했다고 한다"며 "이들이 건물로 진입해 범인을 데리고 나가는데 넉넉잡아도 1분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 전 순경이 착용한 '보디캠' 영상에 모든 순간이 촬영돼 있을 텐데 영상을 삭제하는 바람에 진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 2명은 A씨가 흉기를 휘두른 사실을 알고도 현장을 이탈하거나 곧바로 제지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나 해임됐다.
심지어 이들은 당시 난동을 진압할 수 있는 장비인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소지하고 있었으나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공분을 샀다.
한편 피해 여성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렸고, 최근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쳐 전치 3∼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