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터’ 꼬리표 중후장대, 기본으로 돌아가라 [김민희의 해설(解說)]
입력 2022.04.05 07:00
수정 2022.04.05 05:23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두달…안전 관리 강화에도 잇따르는 사고 소식
근로자 생명 보호라는 ‘기본 의무’ 지키는 게 우선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연합뉴스
국내 주요 철강·조선업 현장에서 사고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포스코에서 안전 감시를 하던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가 장입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불의의 사고로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 현대중공업에서 같은 달 24일 크레인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철판과 설비 기둥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월 2일과 5일 현대제철에서 대형 용기에 추락 및 철골 구조물에 깔려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달 21일 동국제강에서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한 작업자가 목숨을 잃었다. 최근까지도 타워크레인 물체에 맞거나 원인 미상의 폭발사고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제철소와 조선소에서 발생해온 중대재해의 특징은 모두 '기본'을 지키면 예방 가능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사망자는 총 828명으로 제조업에서만 184명(22.2%)이 발생했다. 재해 유형으로는 떨어짐(42.4%), 끼임(11.5%) 등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부딪힘’, ‘깔림·뒤집힘’, ‘물체에 맞음’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최근 일어난 사망사고도 대부분 이 유형들에 해당한다.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기업들은 안전 관리 점검 및 재발 방지 총력 등으로 분주하지만 ‘공염불’이라는 지적을 받곤한다.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법적으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강화됐고, 기업들은 안전최고책임자(CSO) 자리를 만들고 관련 조직 개편을 완료했는데도 말이다.
아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와 체계는 충분하지만, 이를 이행하는 현장 실행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주요 사고 발생 경위만 봐도 알 수 있다. 노조는 잇달아 발생한 사고들을 두고 ‘2인 1조 근무’의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통상 작업장에서는 위험한 작업 시 안전을 위해 2인 1조 근무 등의 작업 지침을 마련해두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안전난간이나 울타리, 수직형 방호막이나 덮개를 설치해야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초점을 두고 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기본 안전 조치만으로도 이 같은 사고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고 고용노동부는 말한다. ‘떨어짐’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난간·덮개·추락방호망 등 추락 방지 설비 설치와 안전모·안전대 등 보호구 착용 등을 권고한다. ‘끼임’ 사고를 막으려면 위험 기계에 대한 기본 안전조치를 마련하고 지키면 된다. 기계에 대한 방호조치, 안전인증 및 안전 검사 여부 확인 등이 그 내용이다.
‘사람은 실수하고, 기계는 고장난다’는 건 산업 현장에서 부인할 수도, 부인해서도 안 되는 사실이다. 실수나 고장 가능성을 덮어두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느라 기본 수칙을 무시하는 안이함이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혹함을 호소하기 전에 ‘근로자 생명 보호’라는 ‘기본 의무’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