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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우, 거칠게 끓어오른 '뜨거운 피'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4.03 14:10 수정 2022.04.03 14:10

"가장 큰 성장통 준 작품"

정우는 매번 작품 속 캐릭터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 결과 실제 있을 법한 착각을 주며 러닝타임 안에 인물 안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 정우가 '뜨거운 피'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정우표 누아르'를 완성했다. 고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희수가, 1993년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을 배경으로 건달들의 영역싸움이 시작되며 음모와 배신 속에 지독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희수가 부산 사투리를 쓴다는 점과 뜨겁고 거친 성정을 가진 인물이란 점은 작품을 선택하기 전 정우에게 고민을 안겼다. 그동안 '바람', '응답하라 1988' 등 부산 사투리를 쓰는 인물을 연기해왔고, 이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뜨거운 피'를 외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연기하는 희수가 궁금했고 기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선택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부산 사투리를 쓰는 제 기존 모습이 반복되지 않을까란 의문도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한 인물의 서사를 그린다는 점이 전형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누아르라는 작품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도 있었고 정우식 누아르가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저도 궁금했어요."


정우는 희수를 연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자신과 제작진이 그리는 희수의 모습에 거리가 있었기에 이 폭을 좁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관객들에게 희수의 모든 행동과 선택을 설득시키고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에 희수라는 인물에게서 아저씨 혹은 홀아비 느낌이 강했어요.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을 걷어내면 어떨까 싶었죠. 청춘이란 느낌이 들어가고 나만의 희수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누아르라고 해서 무조건 진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일상적이면서 평범한 인간의 모습 안에 희수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 모습에서 주변 환경과 배신과 음모로 음모로 변해가는 과정을 드러내려 했죠."


수백 번 읽고 연습한 대사지만 현장에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대사를 일치시켜 조금이라도 희수란 인물이 작품 안에서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영화의 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조금은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톤을 잡는데 집중했습니다. 가볍게 보이지 않도록, 또 공간이 주는 에너지와 대사를 일치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계속 대사를 반복해 내뱉었죠. 또 술과 담배에 절어있는 희수를 보여주면서도 푸석푸석해 보이고 싶지 않아 그것들을 조율하는 것도 신경 썼어요."


'뜨거운 피'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녹록지 않았던 과정을 주연 배우로서 모두 지켜봤다. 투자도 쉽지 않았고, 제작비도 넉넉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어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는 '뜨거운 피'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고향 가서 편하게 촬영하고 싶었지만 크랭크인에 들어가기까지 영화가 난항을 겪었던 과정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잘하고자 하는 열망이 끓어오는 상태였어요. 투자해 준 분들에게 최소한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연기는 둘째치더라도 작품을 대하는 자세, 과정에 있어선 노력하고 싶었어요. 사실 주인공이 첫 작품인 영화도 아니고 연기를 한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들이 있어요. 그 익숙함을 가지고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희수를 어떻게 하면 날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에 집중을 했어요."


정우는 '뜨거운 피'로 인해 자신의 전작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배우로서 아직 보여주지 않은 재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투리를 자신의 무기로 삼고 있었다.


"배우들이 사투리 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연기할 때 '이게 맞나'라는 물음표를 갖게 되고, 이 물음표가 생긴 순간 연기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버려요. 내가 연기할 때 확신이 없으면 어떻게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그 부분을 어려워하는 건데 저는 사투리가 제 장기기도 하고, 관객들이 그 모습을 많이 좋아해 주시니 되려 감사하죠."


정우에게 '뜨거운 피'가 자신에게 가장 큰 성장통을 안겨준 작품이다. 정우는 흥행 여부를 떠나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배우로서 더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제게 성장통을 준 몇 작품들이 있어요. '바람', '응답하라 1988', '스페어', '재심', '이웃사촌' 등이었죠. '뜨거운 피'는 원톱 주연이기도 해서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 것들을 거치면서 제가 가장 많은 성장을 한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정말 치열하게 임했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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