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목소리 높이는 1기 신도시…들썩이는 집값 발목 잡힐라
입력 2022.04.01 05:50
수정 2022.03.31 16:44
분당·일산 등 노후단지 중심 연합회 결성
매물 거두고 호가 올리고…재건축 기대감 반영
벌써부터 집값 상승 조짐…"규제 완화에 걸림돌"
대선 이후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당 노후 단지들로 구성된 분당재건축연합회(분재연)는 성남시에 노후 아파트단지의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분재연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결성된 것으로 현재까지 분당 소재 노후 단지 40여곳이 합류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분재연은 성남시의 '2033 도시정비기본계획'에 분당지역이 정비예정구역으로 한 곳도 지정돼 있지 않아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기본계획 변경을 서둘러 줄 것을 요구했다.
이종석 분재연 회장은 "그동안은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로 꽉 막아둔 상태여서 리모델링밖에 선택지가 없었다"며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각 단지 특성에 맞게, 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선택해 노후 주거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분당을 시작으로 일산 등 다른 1기 신도시로도 재건축연합회 결성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6·7·8·9단지에선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소유주 모임이 등장했고 인접한 마두동 백마 1·2단지, 강촌 1·2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재건축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목소리가 커지는 데는 윤 당선인의 1기 신도시 규제 완화 공약이 영향을 미쳤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신도시 용적률 상향, 규제 완화 및 이주 대책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지만, 1기 신도시 집값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1기 신도시의 주간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일산이 0.14%로 가장 많이 올랐고 분당은 0.06%, 중동 0.03%, 평촌과 산본은 각각 보합(0.00%)을 기록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앞으로 재건축이 속도를 낼 거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급매로 내놨던 물건들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매물이 줄었고 전세물건도 잘 없는데 매수 문의는 그만큼 또 늘었다"고 설명했다.
호가도 크게 뛰었다. 분당구 야탑동 일원 장미코오롱 전용 84㎡는 올 들어 11억9000만~13억4500만원 선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현재는 이보다 최대 2억1000만원 오른 14억원짜리 매물도 나온 상태다. 지난 2월 29억원에 실거래된 정자동 파크뷰 전용 162㎡는 불과 한 달 만에 1억원 웃돈이 붙어 3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대감이 되레 규제 완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동안 주춤하던 집값이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상승 조짐을 보일 경우,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이행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마냥 규제를 풀게 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비사업에 필요한 규제는 풀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또 다른 규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 관련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지 1기 신도시만 놓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건 2기, 3기 신도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진단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 정부의 딜레마다. 1기 신도시들은 주거환경이 악화돼 어떤 방향으로든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긴 할 것"이라면서도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만큼 그 완화 정도가 예상한 수준에 못 미치는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적률을 높여주되 건폐율을 낮춰서 기부채납을 통해 도시기반시설을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