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얘기하다 미디어?…尹정부, ICT·미디어 거버넌스 바꿔야”
입력 2022.03.30 17:21
수정 2022.03.30 17:21
과기정통부·방통위·문체부 ‘파편화’…통합 필요성 제기
기존 거버넌스 효율성 ‘최악’…국회 상임위도 개혁 필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미디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파편화되거나 중복돼 어지러운 상태인 거버넌스를 어느 방식으로든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ICT·미디어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조직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의사결정과 대응이 늦고 중복규제 문제를 발생시키는 등 효율성이 지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조직구조 반성해야…콘텐츠 독임제 부처 필요”
ICT·미디어 전문가들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미래연구소 주최 ‘새 정부에 바란다·ICT 미디어 분야 정책제언’ 포럼 토론에서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방식에 차이는 있으나 기존 거버넌스를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직을 개편할 때는 협업과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졌는지 효율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ICT·미디어 분야에서 과연 현 정부의 조직구조가 괜찮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디어 유관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송 관련 기능까지 중복돼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 교수는 현행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서 과학기술을 별도 조직으로, 미디어·ICT는 별개의 독임제 부처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K-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한 강력한 통합부처가 탄생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과기정통부는 마치 ‘과기’와 ‘정통’ 파트가 분리된 것처럼 움직였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온플법)이나 인앱결제 이슈에는 갑자기 공정위가 튀어나왔다”며 “이렇게 한 사안을 두고 부딪히는 것이 정책 집행과 법안을 만드는데 효율적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 늘 의회서 막혀…비대한 상임위 규모 축소 필요
국회 상임위원회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여러 법안이 의회에서 충분히 수용성 있게 검토돼야 하는데 과학기술 얘기를 하다 미디어 얘기를 하는 등 비대한 현재 상임위 구조로 봤을 때는 어렵다”며 “정치적 룰에 의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전문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윤식 강원대 미디어학 교수는 현행 4차산업멱명위원회와 기타 부서 일부를 통합한 ‘부총리급’의 단일 통합 부서인 ‘4차산업혁명부’를 창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송과 같이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여·야 추천위원들로 별도 규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 정부조직개편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정책 사안별 협의체를 구성해 청와대 미디어 수석(가칭) 등이 조정 역할을 하면 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김진기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조직을 모두 바꿀 필요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산업적인 측면과 타이밍이 중요한 시장은 정부부처에서 관할하고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충분히 필요한 공공 관할 부분은 위원회 조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는 견해를 밝혔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존립 이유 자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과감하게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방통위를 보면 도대체 뭐 하는 기구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며 “방통위는 오랜 기간 방송의 발전을 위해 기능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권력에 종속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독임제 미디어 부처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통위는 위원회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며 “ICT는 기존 부처에서 따로 떼고 분리하되 미디어 분야 독임제 부처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독임제 부처 장관은 정치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진흥은 제도와 함께 자금을 지원해주는 곳인데 도리어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