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남편 쏴 죽이고 돌아가며 나를 성폭행"…우크라 민간인 피해자 첫 증언
입력 2022.03.30 18:30
수정 2022.03.30 13:39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민간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피해자가 인터뷰를 통해 직접 증언을 남겼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피해자 나탈리아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나탈리아는 "러시아 측이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러시아 병사들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것을 보고 인터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살 된 어린 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까 걱정된다며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전 나탈리아와 남편은 키이우 동쪽 외곽 브로바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 집을 짓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지난 8일 브로바리에 진입했다는 소식에 부부는 민간인 표식으로 문 앞에 하얀 시트를 걸어놨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총성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부부가 두 손을 머리 위에 들고 집 밖으로 나왔을 때 여러 명의 군인과 총에 맞아 죽은 강아지가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장면을 봤다.
러시아군은 처음 부부에게 "사람이 사는 줄 몰랐다", "훈련을 하러 가는 줄 알았지, 전쟁에 투입되는 줄 몰랐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한 병사는 "나도 고향에서 강아지를 키운다. 강아지를 죽여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슬프게도 반려견을 잃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런데 자신을 '미하일 로마노프'라고 밝힌 지휘관이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탈리아에게 "전쟁만 아니었으면 당신과 연애했을 것"이라며 추파를 던졌다.
그러더니 그는 남편의 차에서 군복처럼 생긴 위장 재킷을 발견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지휘관은 나탈리아 가족의 차를 빼앗아 주변에 있던 나무와 충돌시켜 박살낸 뒤 집을 떠났다.
해가 지고 나서 다시 집 밖이 소란스러워졌고, 남편이 상황을 파악하러 밖에 나갔다. 이내 총소리가 들렸고, 아침에 떠났던 로마노프가 검은색 제복을 입은 20대 남성과 함께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나탈리아가 남편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이윽고 창문 밖으로 문 옆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20대 남성은 나탈리아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당신의 남편은 나치이기 때문에 내가 총으로 쐈다"고 말했다. 나탈리아는 곧바로 아들에게 보일러실로 숨으라고 외쳤다.
이후 러시아 군인은 "입을 다물지 않으면 당신의 아들을 데려와서 엄마의 뇌가 집안 곳곳에 펼쳐진 것을 보여주겠다"고 협박하고 머리에 총기를 겨눈 채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그를 성폭행했다.
나탈리아는 당시 상황에 대해 "러시아군은 총 세 차례 돌아왔다. 그들은 만취해 있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 두 명이 잠들자, 나탈리아는 보일러실에 숨어있던 아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도망쳤다.
남편이 살해된 지 3주가 지났으나, 나탈리아는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한 탓에 남편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탈리아는 "전쟁이 끝난다 해도, 그곳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추억을 떠올리는 건 힘들다. 하지만 남편이 우리를 위해 지어준 집을 팔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슬픔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