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價 도미노 인상 수순…대중화 제동 걸리나
입력 2022.03.29 11:13
수정 2022.03.29 11:13
리튬, 니켈 가격 급등에 테슬라 등 전기차 가격 10% 넘게 올려
中 배터리 기업, 계약 시기 年→분기로 변경…인상 시기 잦아질 가능성
가격 리스크로 전기차 대중화 발목…공급망 확대 움직임 가팔라질 듯
올라도 너무 오르는 원자재값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니켈, 리튬 등 소재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는 한 배터리·자동차 제조사들의 인상 러시도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가격 상승이 전기차 대중화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은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일제히 전기차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델3 가격을 최근 두 달 새 1만4300 위안(273만원) 인상하고 같은 기간 모델Y는 1만5060 위안(287만원) 올렸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Y SUV와 모델3 롱레인지 가격도 각각 1000달러(122만원) 인상했다. 중국 1위 전기차 기업인 BYD와 신생기업 샤오펑도 주요 생산 차종 가격을 최근 3개월간 많게는 16% 가량 올렸다. 니오 등 다른 전기차 업체 역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주요 광물 가격이 심상치 않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리튬 가격은 t당 7만7894달러로 1년새 485.29% 급등했다.
코발트는 55.45% 상승한 t당 8만2000달러이며, 니켈은 117.03% 오른 3만5468달러를 보이고 있다. 망간 역시 10.4% 올랐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배터리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공급망 우려가 배터리 원료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가 부담이 늘어난 국내외 배터리사들은 서둘러 배터리 가격을 인상중이다. 삼성SDI는 올해 1월 2021년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발트, 니켈, 리튬,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원소재 가격은 배터리 판매 가격에 연동하고 있어 수익성에는 제한적"이라면서도 "가격이 연동되지 않는 일부 소재나 부품은 가격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일부 있다"며 향후 비용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배터리 공급계약 방식을 장기에서 단기로 변경하기 시작하면서 배터리 인상 텀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작년과 달리 올해 중국의 2차전지 기업들이 배터리 공급계약 방식을 분기 단위로 변경하면서 더욱 잦은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추가 가격 인상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터리값 인상에 전기차 판매가격도 당분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배터리팩 가격이 kWh(키로와트아워)당 135달러(약 16만원)로 지난해 보다 2.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동등해지는 시점을 기존 2024년에서 2026년으로 늦췄다. 보조금 없이 순수하게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하려면 아직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메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한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 인상 부담이 덩달아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수요는 당연히 위축되고 이는 전기차를 만드는 제조사들의 생산·판매 감소로 이어진다. 전기차 시장 장악력을 위해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게는 적잖은 타격이다.
중국의 경우 당초 올해 전기차 수요를 550만대로 내다봤지만,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리스크로 500만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재 리스크 등을 이유로 성장 속도는 예상 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만큼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의 협력사 발굴 및 장기공급계약, 다양한 소스(출처)를 통한 저가 소재 확보 움직임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리스크가 해소되고 광산 추가 개발 등이 이뤄지면 메탈 가격 이슈도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