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국내 1호 코로나 백신, 시장성 있을까
입력 2022.03.22 13:31
수정 2022.03.22 13:31
질병청과 'GBP510' 1000만회 접종분 공급계약 맺어
모더나·화이자 등 기존 백신 접종률 높아 사업성 ↓
부스터샷 타깃으로 전략… 다음 팬데믹 대비해 플랫폼 준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이미 1~3차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어선 데다 코로나 확진자가 조만간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사업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음 팬데믹(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발을 완주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1일 질병관리청과 코로나19 백신 'GBP510'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정부와 국내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 물량은 1000만회 접종분으로 계약 금액은 2000억원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포함 6개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했고, 4000여명을 대상으로 투약을 마치고 결과를 분석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기구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로부터 개발비 2억1370만달러(약 2450억원)를 지원받아 미 워싱턴대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해당 백신은 인플루엔자, B형 간염 등 기존 백신에서 장기간 활용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합성항원' 방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영상 2~8도 냉장 유통과 장기 보관이 가능해 국내뿐 아니라 저개발국 백신 공급에도 유용할 전망이다.
"너무 늦었나" 엔데믹 기로에서 수익성 낮다는 지적도
업계에서는 코로나 백신이 출시되더라도 사업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빠르게 백신을 시장에 내놨던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매출이 870억 달러(약 103조원)에 달하는 반면 후발주자들의 사정은 다르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과 같은 합성항원 방식으로 제조된 '노바백스'의 경우 한국 정부에 도스당 16~22달러(약 1만8000~2만5000원)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 4가 백신의 가격(1만~1만500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노바백스와 비슷하거나 낮은 가격에 공급하며, 해외에 수출하는 가격은 이보다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백신의 가격이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원활하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가 감소 추세인 점과 이미 백신 접종을 끝낸 국가들이 많다는 점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유로 코로나 백신 개발을 접은 회사도 있다. 2020년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던 제넥신은 지난 11일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임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은 대한민국 1호 코로나 백신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수익성은 좀 약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찍고 확진자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올 연말에는 가격도 낮아지고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미래의 팬데믹도 극복할 플랫폼 만든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토착 전염병)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접종할 백신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현재 백신 접종률이 10%에 불과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백신을 보급하고, 국내에서는 추가 접종(부스터샷)과 소아 청소년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임상 1·2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6개월 후 GBP510을 추가 접종하는 자체 임상을 통해 부스터샷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 기 허가된 다른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본 접종을 완료한 성인을 대상으로 GBP510을 교차 투여하는 부스터샷 임상도 진행 중이다. 교차 부스터샷 임상은 만 19세 이상 50세 미만 성인 550여명을 대상으로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중 소아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GBP510 임상시험도 들어간다. 개발이 완료되면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소아·청소년의 접종에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