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엔씨, ‘리니지’로 구글 매출 1~3위 ‘싹쓸이’
입력 2022.03.21 12:35
수정 2022.03.21 13:03
‘린저씨’, 욕하면서 한다…대체할 BM 갖춘 P2E 게임 없어
“단일 IP 성공, 축복이자 저주”…올해 ‘TL’ 성공 여부 주목
엔씨소프트의 대표 지식재산권(IP) ‘리니지’ 시리즈가 구글플레이 매출 1~3위를 석권했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 부침을 겪으면서 주가 반토막 사태까지 겪었지만 이후 점차 순위를 회복하면서 국내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IP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주말이었던 전날 오후까지 엔씨소프트 게임인 ‘리니지W’, ‘리니지M’, ‘리니지2M’이 구글플레이 매출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리니지 시리즈의 장기집권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등장으로 잠시 깨졌었다. 오딘은 지난해 리니지를 제치고 17주 연속 구글 매출 1위를 유지했으나 신작 리니지W에 다시 왕좌를 내줬다.
이후 오딘은 지난달 초 리니지W를 제치고 잠시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 주말에는 4위까지 밀려났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는 한 단계 순위를 회복해 리니지W, 리니지M에 이어 다시 3위를 기록 중이다.
리니지로 돌아오는 ‘린저씨’들…유저 선점 효과
전문가들은 리니지 부활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선점 효과’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지난해 소위 ‘린저씨’들이 떠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시각도 있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매출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이용자들이 리니지를 떠나 다른 이런저런 게임을 해보지만 결국 리니지만 한 게임을 찾지 못해 돌아오게 됐고, 이는 리니지류 게임이 갖는 선점 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도 “게임에서는 초기 유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리니지의 경우 초기에 형성된 유저들이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이 나이를 먹어 경제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매출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국내에 리니지의 비즈니스모델(BM)을 뛰어넘을 만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김 교수는 “국내시장을 보면 리니지의 BM을 뛰어넘는 다른 게임이 없다”며 “리니지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 모델의 원조 격으로 리니지만큼 이 구조가 잘 잡힌 게임은 찾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특히 경제력을 갖춘 ‘린저씨’들에게는 리니지만 한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P2E 게임이 여럿 나오면서 다른 게임도 해보긴 하지만 리니지만큼 재미도 없고 코인 취득을 위한 지갑 개설 등이 번거롭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딘의 경우에도 소재만 북유럽 신화에서 따왔지 리니지와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숙제 ‘리니지 IP 의존도 낮추기’…첫 타자는 ‘TL’
끝으로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게임과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오랜 기간 축적돼 P2E 구조가 분명해진 리니지에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최근 넥슨이나 넷마블, 위메이드 등 게임사들이 P2E 진출과 코인 발행 소식을 알렸지만, 오히려 피로도가 쌓이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사라지게 되는 효과를 낳았다”며 “이는 결국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리니지의 부활은 결국 엔씨소프트의 단일 IP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실제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블레이드&소울2’의 경우 구글 매출 순위 18위에 그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에 집중된 매출을 해외로 다변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첫 타자는 최근 트레일러(예고편) 영상을 공개한 ‘트론 앤 리버티(TL·Throne and Liberty)’다. 한때 ‘더 리니지’로 불렸던 TL은 엔씨소프트가 미는 새로운 오리지널 IP이다. 콘솔·PC 타이틀로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 글로벌 시장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위 회장은 “리니지의 성공은 엔씨소프트에는 축복이자 저주”라며 “회사가 게임 개발에 대한 의욕이 있다면 확률형 아이템에서 벗어난 새 IP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