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돌아섰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재건축 다시 '저울질'
입력 2022.03.21 05:35
수정 2022.03.18 16:36
尹, 재건축 용적률 500% 등 규제완화 공약
"리모델링→재건축 갈아탈까" 의견 분분
"법 개정 등 남은 과제 많아…사업 지연 불가피"
대선 이후 1기 신도시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렸는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다.
2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상태다. 특히 노후 주거정비가 시급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대해선 특별법을 제정해 재정비사업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용적률 최고 500%까지 상향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준공 30년이 넘는 노후 단지에 대해선 정밀안전진단도 면제하겠단 구상이다.
리모델링은 현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안으로 평가됐다. 재건축 첫 단추인 안전진단 통과부터 규제에 가로막히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문턱이 낮은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었다.
재건축의 경우 준공 연한 30년을 채워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절반인 15년만 충족하면 된다. 통상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사업 기간이 6~7년으로 비교적 짧다.
안전진단 기준이 재건축 대비 유연하게 적용되고,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다만 재건축 대비 일반분양 물량이 적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대부분은 평균 용적률이 169~226%로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겹겹이 규제가 중첩된 재건축 대신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한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1기 신도시 내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정비사업 추진을 앞둔 27개 단지가 연합한 '분당재건축연합회'는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분당구 서현동 일원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준공 30년차에 접어들고 있으나 성남시의 재건축 계획은 아직도 요원하다"며 "연내 분당 전체 아파트 중 20%의 정비예정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재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 개정 등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기존대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편이 더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제도 개선 움직임에 따라 사업 방향을 설정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일부 사업 방향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있겠으나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직은 반쪽짜리 활성화 계획이다. 모든 제도가 마련되면 리모델링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퇴보할 수밖에 없겠지만, 1기 신도시는 단순히 규제를 풀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모든 도시기반 시설들이 1기 신도시 조성 당시에 맞춰 설계돼 있는데, 전체적인 지구단위 계획을 통해서 도로용지 및 공원용지 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별 단지보다 여러 단지를 묶어 복합단지로 재건축하는 등 순차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만큼 건폐율을 낮추지 않으면 주거 환경 자체가 굉장히 악화할 수 있다"며 "가능성이 생기면서 재건축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겠지만, 또다시 사업 방식을 변경하게 되면 첫삽을 뜨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