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통령 시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2.03.15 05:09
수정 2022.03.15 01:03
반대 시민들 "광화문 직장인 유동 인구도 많은데…교통체증, 테러 위험도 불안"
"예산까지 천 억대로 신청하면 민심이 돌아설 것…청와대 고립 문제면 지금이라도 활용"
찬성 시민들 "시민 소통, 바닥 민심 듣겠다는 의지 피력 환영…청와대,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전문가들 "국민 속으로 들어간 대통령에 맞게 경호·경비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지금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시민들은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와 소통 행보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 국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취지를 담은 구상에 맞춰 경호·경비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광화문 경비 강화에 따른 출퇴근길 교통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정모(35)씨는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통령을 경호한다고 주변 도로 통행을 제한할 텐데 출퇴근 시간에 교통을 통제해 정부청사 교차로가 막히면 불편이 너무 클 것 같다"며 "광화문은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3)씨는 "지금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광장 일부 도로가 막혀 차를 타고 다니기 불편한데, 대통령 집무실까지 이전하게 되면 광화문 일대 교통체증으로 정말 민폐일 것"이라며 "시민들 가까이 간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민들 생활을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결정이 아닐지 이런 대목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 통의동에서 30년을 살았다는 장모(56)씨는 “광화문으로 옮겨도 진짜 문제가 없는 것인가? 돈은 또 얼마나 퍼부어야 하는 것인가? 교통체증이 심해지면 순식 간에 비난 여론이 득세할 것이다. 여기에 예산까지 천 억대로 신청하면 그야말로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며 “청와대 고립이 문제라면 차라리 지금 청와대 경호를 확 풀고, 백악관처럼 사람 다니게 하고 잔디밭에 각종 시민들의 편의시설까지 지어 활용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컸다. 광화문 인근에 거주하는 윤모(58)씨는 "탈권위적으로 다가가 국민들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편이 좋겠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광화문 한가운데 떠있는 구조가 되는데, 공격에 그대로 노출돼 누가 테러라도 하면 어떡하느냐"고 우려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결정을 반기는 시민들도 만만치 않았다. 직장인 구모(30)씨는 "역대 대통령들은 소통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청와대만 들어가면 '인의 장막'에 갇혀서 민심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시민들과 많이 만나 바닥 민심을 듣고 청취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느껴져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60대 김모씨는 "다른 것을 다 떠나 저 아름답고 유서 깊은 청와대 풍광과 녹지를 시민들 품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 왜 이 좋은 것을 몇 몇의 위정자들이 온갖 장벽을 쳐놓고 몇 십년 동안 독식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직장인 김모(32)씨도 "검찰 출신 대통령이 오히려 더 개방적이고, 시민친화적인 것 같다"며 "정치 신인 대통령이라 우려한 부분도 있었는데, 의외로 시민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물리적인 거리만 옮기는 상징적인 모습만 보여줄 게 아니라 시민들과 많이 소통해 행정낭비라는 목소리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광화문 대통령실'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14일 서울경찰청은 "인수위원회나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준비하겠다"며 "현재는 현장 상황만 경호 대책 수립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군주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상에서 국민 속의 대통령상으로 바뀌면 그에 맞는 경호와 경비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경호 대상자인 대통령과 경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시민들을 격리하는 위주로 경호가 됐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이니 경호 기법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 관저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10분이면 갈 수 있다. 미국 백악관도 마찬가지다. 백악관에 관광객들이 코앞까지 가서 사진을 찍는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초반에는 바뀐 경호·경비가 어렵고 힘들지 모르겠지만 익숙해지면 불가능할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민만 바라보는 대통령상을 구축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테러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네 가지 프로세스를 생각해서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광화문 집무실은 경호 경비에 취약한 구조인데다, 테러 양상이 과거와는 달리 국내에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스스로 행동에 나서는 자생 테러도 있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광화문 이전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검토됐으나 경호·경비 문제 등으로 철회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취임 이후 철회했다. 윤 당선인은 경호나 외부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고 대통령 경호는 지금처럼 과하게 할 필요가 없다며 이전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