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디어 브리핑] 최승호 PD "진보 종편? 대선 패배 언론지형서 찾으면 또 패배"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2.03.14 08:51
수정 2022.03.14 08:51

"언론 바라본 시각부터 재검토 해야…대통령 지적하면 무조건 공격, 여권 지지자 팬덤만 의식"

"진보 종편, 민주당 지지하는 큰 스피커 의미한다면 별 영향력 없을 것"

"지지자들 동원해 민주당 내부서 우위 점하기 좋지만, 국민 상대 폭넓은 정치엔 취약"

"공영방송 독립, 가장 중요한 언론 문제…사장 임명 지배구조부터 개혁해야"

MBC사장을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PD.ⓒ페이스북 캡처

MBC 사장을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PD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진보 종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대선 결과의 주된 요인을 언론지형 등 외부에서 찾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민주당의 정치가 진화하지 못할 것이고 그 결과는 또 다시 패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PD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이후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패배를 초래했다'는 주장들이 민주당 지지자분들 중에 많은 것 같다"며 "진보 종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PD는 "오히려 지금은 언론지형의 문제보다 언론을 바라본 그동안의 시각에 대해 재검토해볼 때"라고 지적했다.


최 PD는 "한겨레‧경향마저 대통령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지지자들이 믿는 것과 반대 방향의 보도를 하면 공격의 대상이 됐다. 뉴스타파조차도 해야 한다고 믿는 보도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이 생겼다"며 "그 결과 진보언론조차 문재인 정부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니 상황은 브레이크 없이 굴러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언론은 언제나처럼 정부를 비판했고, 그 비판 중 일정 부분은 들을만했지만 '저 쪽은 늘 우리를 공격하니까' 신경 쓰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와 검찰개혁 과정의 피로감에 많은 중도층이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지지층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으니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처럼 기조를 너무 늦게 바꾸거나, 그마저도 바꾸지 않아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PD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진보든 보수든 언론의 반응보다는 지지자들의 팬덤을 더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다"며 "지지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방송에 민주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자들이 줄을 지어 마치 심사받듯이 하는 것을 보고 저는 참 걱정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모습이 반대편이나 중도층에는 어떤 인상을 줄까 우려됐다"며 "지지자들을 동원해 민주당 내부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좋은 방식이겠지만, 국민을 상대로 폭넓은 정치를 하는 데는 결정적인 취약점이 있는 방식"이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갖는 한계는 '그들은 언제나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아무리 민주당이 잘못해도 잘못이 아니라고 강변하거나 그런 방어가 어려우면 민주당이 최소한 국민의힘보다는 더 낫다는 증거를 제시해 비판을 무력화시킨다. 이런 경향은 민주당이 반성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고 꼬집었다.


MBC사장을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PD가 올린 글.ⓒ페이스북

최 PD는 특히 "일각에서는 진보 종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의 진보 언론들의 역할로는 부족하니 더 강한 우리편 언론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진보 종편이 일부 인플루언서처럼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좀 더 큰 스피커를 의미한다면 저는 만들어 봐야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이 영향력을 갖는 것은 객관적 시선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줄 때"라면서 "어떤 언론이 한쪽 방향으로만 보도한다는 인식을 주면 그 언론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사 한 방향으로 보도해서 영향력이 커진들 지금 인플루언서들이 가진 문제점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언론 문제는 공영방송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독립시켜 국민 대다수가 신뢰하는 언론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을 정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혁은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공영방송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진보와 보수 모두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 것"이라면서 "그렇게 해서 공영방송이 보도하는 기본 팩트에 대한 믿음이 확립된다면 그것을 기초로 우리 사회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편견 없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 대화는 우리 사회를 좀 더 '같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브리핑'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